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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2

살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죽음은 이슈가 된다. 특히 유명하고 자극적인 스토리일 수록 사람들은 이를 소비하고자 한다. 생에 가까웠던 한 존재와 갑작스럽게 이별하게 된, 여전히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난도질 하는 이들은, 죽은 이도 평안히 죽도록, 산 이도 평안히 살도록 도통 내버려 두질 않는다. 20대 시절, 가까울 수 있었지만 미처 눈치조차 못 챈 후배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나는 몇 차례나 또래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했다. 죽음은 어느덧 삶에서 꽤나 가까운 단어가 되었고, 내과 의사가 된 나는, 타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내는 일을 하게 됐다. 한때는 찬란 했을 수많은 생의 마지막을 지켜보면서, 고인 곁에 있던 ‘살아 있는’ 사람들을 향한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죽음보다 더 중요한 .. 2023. 12. 31.
소비의 공허함 소비는 공허함을 담는다. 눈과 얼굴을 다쳐 당분간 화장하는 건 엄두도 못 내면서도, 나는 아이쉐도우나 아이라이너 같은 허상 같은 물건을 인터넷 소비 공간에서 찾아 헤맨다.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으면서, 잘 쓰지도 못할 헤어용품이 괜히 갖고 싶다. 당분간 운동은 꿈도 꾸지 못할 걸 알면서도, 운동복이나 스포츠용품을 구경하고, 요리하는 건 연례행사와 같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쿠킹 오일 같은 것들을 덜컥 사고야 만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소비(消費)’란 첫째로 돈이나 물자, 시간, 노력 따위를 들이거나 써서 없애는 행위를 의미하고, 둘째는 욕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재화나 용역을 소모하는 일이라는 뜻을 가진다. 합리적인 소비란,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소비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주.. 2022.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