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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3

시간의 힘 모임이 많은 연말 시즌이다. 일이년이 인생에서 별 것 아니라 여겼었는데, 그동안의 변화를 떠올리면 엄청난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한 개인에게 닥친 큰 변화를 딛고, 사회에 다시 복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과정이었다. 갑작스레 생긴 결핍에 몸부림 치던 때도 있었고, 구멍을 메우다 넘쳐 버린 욕망에 지쳐 있을 때도 있었다. 다쳐서 병상생활을 하는 바람에, 한 해를 건너뛰어 연말 모임에 참석하는 나의 마음가짐도 어느덧 바뀌어 있었다. 지난 시간을 떠올려 보면, 아주 날카롭고 뾰족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감정적으로 가까운 순서부터 표출의 대상이 되었다. 딸의 갑작스런 사고에 괴로움을 덮어쓴 부모에게는 ‘엄마 아빠는 눈이 두 개라 날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쏟아냈고, 웃고 떠들며 마음을 나.. 2023. 12. 23.
처음인 듯 처음 아닌 해외 여행 2023년, 한쪽 눈 실명이라는 큰 사고를 딛고 새롭게 맞이한 첫 해다. 안개처럼 뿌연 앞날에 대한 보상 심리였을까, 당시의 나를 돌이켜보면, 나름의 허황되고 부푼 꿈에 둘러쌓여 있었다. 상실을 충분히 받아들였다고 자만하였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처럼 자신했다. 하지만 그 새로운 한 해를 받아들이기가 무섭게, 마치 주인의 오만을 비웃듯 눈에서는 고름이 흘러나왔다. 불안과 두려움을 잔뜩 안고, 눈물과 좌절을 애써 감추며, 새해 첫달의 절반을 홀로 입원한 채 보냈다. 명절 연휴 텅 빈 병원을 ‘환자’가 되어 지켰던 시간은, 어쩌면 하늘이 허락한 새해 선물이었다. (‘의사’로 명절 연휴를 병원에서 보낼 땐 너무 바빠 지옥 같았는데..) 스스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며, 폭주 기관차 처럼 달려온 삶을 돌아보았다.. 2023. 9. 18.
효율적으로 시간 쓰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무작정 쪼개거나 아껴 쓰는 것 말고, ‘현명하게’ 효율적으로 쓰는 것 말이다. 무한히 확장하는 우주를 제외하고는, 지구도, 달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 끝을 맺을 수밖에 없는 유기체이다. 인간으로서, 가장 한정적으로 느끼는 것은 시간과 체력이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한정된 시간과 체력은 나를 선택의 갈림길에 가져다 놓는다. 아직도 내려놓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 인간은, 앞에 놓인 갈림길 사이에서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갑자기 당겨질지, 혹은 지연될지조차 모르는 ‘삶의 끝’을 향하는 비행기 시간 전에, 모든 길을 다 가보고 싶은 ‘욕심쟁이 여행자’가 바로 나다.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하며, 주어진 시간동안 최대한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담아보.. 2023.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