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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2

시간의 힘 모임이 많은 연말 시즌이다. 일이년이 인생에서 별 것 아니라 여겼었는데, 그동안의 변화를 떠올리면 엄청난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한 개인에게 닥친 큰 변화를 딛고, 사회에 다시 복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과정이었다. 갑작스레 생긴 결핍에 몸부림 치던 때도 있었고, 구멍을 메우다 넘쳐 버린 욕망에 지쳐 있을 때도 있었다. 다쳐서 병상생활을 하는 바람에, 한 해를 건너뛰어 연말 모임에 참석하는 나의 마음가짐도 어느덧 바뀌어 있었다. 지난 시간을 떠올려 보면, 아주 날카롭고 뾰족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감정적으로 가까운 순서부터 표출의 대상이 되었다. 딸의 갑작스런 사고에 괴로움을 덮어쓴 부모에게는 ‘엄마 아빠는 눈이 두 개라 날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쏟아냈고, 웃고 떠들며 마음을 나.. 2023. 12. 23.
벌써 일년 2023.11.6. 다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왠지 인생에서 기념(?) 아닌 기억해야 할 날짜가 하루 더 늘어난 기분이다. 막상 그 날이 되니 생각보다 덤덤하게 지나가 버린다. 삼십여년 두쪽 눈으로 살아온 세월을 뒤로 하고, 한쪽 눈으로 쌓아갈 삶들이 차곡차곡 앞에 남았다. 1년 전을 돌이켜보면, 저 컴컴한 병원 건물 병실 한 칸에서 온갖 감정을 거쳤다. 몸에 걸친 얇은 환자복과 팔을 칭칭 감은 수액줄이 한편으로는 날 가둬두는 죄수복과 수갑 같았다. 창문 너머 코앞에 보이던 5분 거리의 자취방은, 당시에는 안개 속에 갇힌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지금 서 있는 병원 밖 삶도 치열하긴 매 한가지지만, 저 안에서의 삶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다. 1년 간 안팎으로 참 고생하며 생존하고 성장해왔다.. 2023.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