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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2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 2023년을 넘어가는 연말, 나는 예상치 못한 벽에 가로 막혀, 또다시 한계를 마주하는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그간의 다양한 노력이 무색 하게도, 안구를 받치고 있는 티타늄 임플란트에 엉겨 붙은 염증이 발목을 붙잡았다. 결국, 기존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다시 넣는 대수술을 감행 하기로 했다. 그토록 무서웠던 가짜눈알 에도 익숙해졌고, 사람들은 내 얼굴을 보고 다친 눈이 어느 쪽인지 구별하지 못했다. 이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시점이었다. 1월 말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려 준비를 했었다.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혹시나 기술이 해결할 영역이 없을지 궁금했다. 솔직하게는, 구글, 애플 등 실리콘 밸리 굴지의 기업과 스탠포드, UCSF 등에서 일하는 동기들을 만나 시.. 2024. 1. 14.
마주 하기 뭐든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어렵다. 현실의 인간세계는 대체로 꽤나 고달프기에, 눈을 질끈 감거나 자꾸 피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현실이 아닌 가상의 것을 믿기도 하고, 현재가 아닌 미래의 것에 기대기도 하고, 혹은 그조차도 안 되어 지나가버린 과거의 것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모든 것이 고달픈 지금을 피하고 싶은, 인간의 작은 욕망이 아닐까. 현실을 온통 피하고 도망 다니던 나는, 다시 하나씩 마주하는 연습 중이다. 눈을 굴리면 티가 나서 앞만 보게 만드는, ‘의안’을 다시 끼기로 한 것이 그 첫번째 시작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어색하고 싫었는데, 이제는 뭐 꽤 괜찮고 맘에 든다. 역시 많은 경우, 정면 돌파가 답이다. 언젠가 교수님은, 어떤 눈이 다친 눈이냐고, 심지어 의안이 .. 2023.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