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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by 윙크의사 2024.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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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겨우 복직한지 4일 차, 최근의 CT 경과에 따라 추가적인 전신 마취 수술이 잡혔다. 다시 환자로 회귀하는 정체성에 온통 혼란과 불안을 느끼며, 잠자코 입원 전 검사와 수속을 진행한다. 흰 의사 가운 대신 얇은 분홍 가운을 걸친 나는, 엑스레이와 심전도를 찍히고, 팔을 걷어 붙여 기꺼이 피를 뽑힌다.

‘아씨 진짜 못 해먹겠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자꾸 짜증이 나고 나쁜 말들이 튀어나오려고 한다. 힘든 상황을 마주한 나약한 인간은, 뾰족하고 걸걸해지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한다. 아마도 인간이 가장 취약해지는 공간인 병원 응급실에서, 욕설이 난무하게 되는 이유일테다.

그럴 수록 나와 상대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배웠다. 콜록 거리며 내 팔에 주사 바늘을 찔러 넣는 임상병리사에게, ‘요새 감기 독한데.. 아픈데 일하기 힘드시겠다’며 너스레를 떨어본다. 갑작스런 환자의 위로에 놀란 그는 눈시울이 붉어지더니만,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피 많이 날 수 있으니 꼭 누르세요~!’라고 따뜻한 말을 덧붙인다.

갑작스런 수술 결정과 입원 전 검사를 받느라, 미리 만나기로 했던 동기들이 한참 나를 기다려 주고 보호자 역할까지 해줬다. 긍정심리학 대부 채정호 교수님도 뵙고 좋은 에너지도 잔뜩 받았다. 끄적끄적 자리에서 적어 준 친구들의 따뜻한 편지 덕에, 힘들었던 오늘도 외롭지 않게 지났다.

이들을 보면, 내가 무엇을 위해 자꾸 애를 쓰고 나아가려는지 얼핏 알 것도 같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세상의 일부가 되는 건 참 멋진 일이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Go and do likewise (Lk 10, 37)

따뜻한 빛이 비춘다. 나도 꼭 그렇게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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