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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서적인 줄 알고 읽어 내려간 책에서 삶의 정수를 발견한다.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것은 투자 뿐 아니라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안전마진까지 끌어다 쓰던 나의 삶은 온통 위태로웠다. 하나가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우르르 무너질 수 있어 아슬아슬 했다.
하필이면 차 사고까지 난 날이라, 더 깊이 가슴에 와 닿는다. 모든 사고가 그렇지만, 다시 그 상황을 돌이켜보니 정말 위험했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린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인생이지만, 더 이상의 큰 사고를 견뎌낼 여백이 아직은 내게 마련되지 않았다.
삶의 태도를 다시 점검한다. 핸들이 틀어지면 그때마다 다시 꼭 부여잡아야 하는 것이 인생인 듯 하다. 돌부리는 왜 이리 많고, 방지턱은 왜 이리 덜컹거리는지. 길은 또 왜 이리 꼬불꼬불 거리는지 모르겠다. 가끔 나도 모르게 깜빡이가 틀어져 있기도 하고, 왼쪽 전조등은 아예 나가 버렸다.
그래도 어쩌겠나. 흔들리면 그때 그때 바로 잡고, 고장 나면 좋은 센터에 맡겨서 고치고. 잘 고쳐 오면, 또 조심 조심 다루며 앞으로 나아가야지.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빠른 차를 타고 달리는가가 아니었던 것 같다. 진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쭉 오래 안전하게 목적지를 향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가의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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