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최적화 Optimization 는 곳곳이 쌓여 있던 정크메일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나 남은 소중한 오른쪽 눈을 지키기 위해서, 이제 삶의 최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최적화 작업은 삶의 언저리를 정신없이 채우고 있던 불필요한 정보들을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된다. 가장 가벼운 시작으로 메일함 정리를 선택한다. 그런데 왠걸, 수천 통 씩 가득차 넘치는 메일함을 보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모든 것들은 두 눈을 가지고 있던 시절에는 보고도 못 본척 내버려두던 것들이다.
그동안의 내 궤적을 따라 수많은 쇼핑, 여행,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들의 정크메일들이 따라 붙었다. 마치 썩은 고기를 노리는 하이에나, 혹은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파리떼처럼 붙어서, 나의 정보를 파먹고 채갈 기회를 노린다.
정신 없고 바쁜 현대인들의 틈새를 노리는 이런 스팸메일들은, 신경쓰지 않으면 무한대로 증식해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종국 에는 나의 거취, 혹은 관심사와 관련 없이, 쓰레기 같은 광고메일 수천개가 나의 메일함을 잡아먹는다.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의 궤적도 중요해진 세상이다. 메일함은, 온라인 세계에서의 내 정체성 뿐 아니라 숨은 욕망까지 반영한다.
생각없이 방치 하다가 나의 소중한 정보는 여기저기 팔려나가고, 내 집과 같은 메일함은 가차없이 습격 당해 광고성 스팸으로 가득 차버린다. 현대인들에게, 외부로부터 가장 쉽게 침입이 시작되는 통로는 메일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정크 메일이 넘치도록 차게 만든 원인은, 컴퓨터도 AI도 아닌 바로 나다. 충분히 읽어보지 않고 넘긴 페이지, 무심코 누른 버튼, 신중하지 않았던 클릭 한번 한번이 모여 수천개의 스팸 메일로 꽉 찬 쓰레기장을 만들었다.
정보의 무자비한 홍수 속에서, 현대인들은 그 어디에도 탓할 구실을 찾을 수가 없다. 정보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데이터의 흐름에 익숙하지 않은, 그저 억울한 피해자의 투정이 남을 뿐.
수신거부 Unsubscribe 기능을 통해 불필요한 광고나 정보를 보내지 않도록 하는 일, 온갖 특수문자 기호를 넣은 성적인 스팸메일을 신고하고 차단하는 일, 과거의 나는 유용 하다고 생각했으나 현재의 나에게는 무익한 구독 메일들을 분류하여 삭제하는 일은, 생각보다 꽤나 인간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한땀 한땀 골라내는 아날로그 작업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인간의 정체성 또한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인생의 최적화 과정은, 덜 필요한 것을 구분해서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그 과정은 상당한 고민, 노력, 시간이라는 ‘품’을 필요로 하기에, 귀찮고 어렵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저마다의 품이 든다는 관점에서, 제한된 기능과 자원을 가진 나에게, 최적화 과정은 꼭 거쳐가야 하는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걸러지지 않은 수많은 정보들로 염증을 앓는 혼란스러운 시대에,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고 중심을 지켜내기란 과히 어려운 일이 되었다. 소중한 눈을 한껏 사용하여 불필요한 정보를 걷어낸 만큼, 남은 인생은 본질에 가까운 정보를 꿰뚫어 선별할 줄 아는, 그런 지혜와 통찰의 눈을 갖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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