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등록’은 영영 보는 기능을 상실해 버린 내 왼쪽 눈을 한 단계 더 받아들이는 방법 중 하나였다. 외래 진료 때 교수님께 조심스레 혹시 장애 등급 진단서를 뗄 수 있느냐고 여쭈었더니, ‘좌안 시력 장애 6급, 영구 시력 상실’이라고 적어주셨다. 씁쓸했다. 머릿속으로 아는 것과 글자로 마주하는 것은 또 다른 차이가 있는 받아들임이었다.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에 ‘시각 장애 등록’이라고 쳤다. 수많은 광고와 함께 블로그 들이 나온다. 도대체 이렇게 해서는, 장애로 활동이 온전치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감이 안 온다. 그중 몇 개의 블로그를 읽어 보다가 포기하고, 병원에서 알아서 챙겨준 서류들과 신분증을 고이 챙겨서 집을 나선다.
거주지 소재의 주민센터에 도착하니, 일반 민원과 복지 민원으로 나뉘어 있었다.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를 떼던 일반 민원 창구로 가면 안 되는 것을 처음 알았다. 복지 민원 창구 쪽으로 가서 번호표를 뽑자, 대기 인수는 0명이었다. 곧 버저음이 울려 나는 좁은 유리 창구 앞에 앉았다. “장애 등록하러 왔어요.” 라 말하며, 서류와 신분증을 내민다.
담당 직원은 자연스럽게 커터칼로 서류 봉투를 뜯더니(장애 등록을 위해 관공서에 제출하는 서류는, 발급 당시부터 환자에게 밀봉 상태로 전달된다.), 컴퓨터로 타닥타닥 무언가를 입력한다. 그리고 이내 종이 하나를 내민다. <장애인 등록 신청서> 에 몇 가지 정보를 적고 서명하니 신청 절차는 마무리되었다. 신청 결과는 국민연금공단의 심사를 거쳐 1달 반 뒤에 우편으로 전달된다고 한다.
또 하나의 단계를 넘어, 익숙한 길을 걷는다. 의사로 일하던 시절 바쁘게 걸어 다니던 길이다. 다시 그 역할과 기능을 해내기 위해서, 아직 넘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리고 그 후에 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 포토 알고리즘이 가장 예쁘던 시절의 나를,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으로 추천해 준다. 알고리즘의 눈치 없는 개입에 피식 웃으며, 스스로 되뇐다. 잘 해내고 있다고, 그리고 잘 해낼 수 있다고.
< 장애 등록 관련 절차 및 세부 진행 상황 >
https://play-dang.tistory.com/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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