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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짜증 Annoying

by 윙크의사 2023.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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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만 가면 짜증 내고 싸우게 되는 일이 생긴다. 몸 상태를 평가할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직전이라 잔뜩 긴장해 있는 데다가, 이놈의 병원은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게다가 길은 길대로 막히고, 주차는 왜 이리 어렵고, 외래 위치는 왜 이렇게 찾기 힘든지.

진료가 끝나고는 ‘내가 잘 알아들었나’ 혹은 ‘꼭 이건 물어봤어야 했는데’ 하는 미심쩍은 불안함과 아쉬움이 남아 내 머리는 온통 복잡하다. 마치 그동안 치른 시험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랄까. 틈새를 비집고 보호자는 자꾸 나를 재촉하거나, 혹은 어디론가 사라져 가뜩이나 힘든 나를 허둥지둥하게 만든다.

어디론가 흩어지고 사라지는 보호자를 양손에 꼭 붙잡고, 수납대에 번호를 찍으려는데, 양팔에 외투와 가방 하나씩을 걸치고 있자니 여간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니다. 씩씩거리며 겨우 기억해낸 번호를 찍었더니 여기서는 ‘불가’하다며 번호표를 뽑아 창구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병원 안팎의 공기가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없다. 의사일 때도 느꼈는데, 환자가 되니 격차가 더 크다. 병원 안에서 잔뜩 긴장한 마음은, 이 모든 어려운 과정이 끝나고 병원 밖을 벗어난 후에야 조금씩 풀려 간다. 보호자에게도 늦게서야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괜히 삐죽거리기 마련이다.

병원 진료만 다녀오면 무언가 큰일을 치러낸 것처럼 뿌듯하다. 그 이유는 예민했던 내 마음이 이제야 가라앉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만히 그 마음을 살펴보면, 몸 상태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안과 걱정이 담겨있었다. 병들고 아픈 이 저변의 두려움까지도 알아채고 이해하고 또 보듬을 방법은 없을까.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대학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겪었을 걸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짠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환자와 보호자들이여,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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