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3 터널 Tunnel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지치고 피로한 어머니는 고개가 꺽인 채 잠에 들었고, 마찬가지로 피로할 아버지는 꿋꿋이 운전대를 잡은 채 발을 옮긴다. 뒷좌석에 태운 다친 딸을 위해서라면, 세상 어디라도 갈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와. 기꺼이 손발이 되어주는 앞좌석의 지친 부모를 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딸. 마침내 터널 끝에 다다르면,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2023. 6. 11. 과거의 기록 기록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새삼 깨닫는 요즘, 과거의 나를 돌아보기 위해 모아두었던 오래 된 보물 상자를 꺼냈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결혼할 때 이런 작업을 하던데.. 과거와 달리 외눈박이가 된 나는, 내심 씁쓸함을 다시며 상자를 열어 예전 기록을 뒤적거린다. 예전 기록 속의 나는,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의심스러울 만큼 현재와 똑같다.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 완벽주의 성향을 스스로 채찍질하고 있었고,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내면의 나 사이의 괴리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사실은, 그 와중에도 따뜻하고 고마운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는 것. 모든 것이 쉽게 변질되는 세상에서, 어쩌면 이렇게 가족의 사랑은 한결같을 수 있는지. 한편으로 무심 했고, 또 .. 2023. 4. 4. “엄마 아빠는 눈이 두 개 잖아!!!!!” 터져버렸다. 현실이지만 현실 같지 않았던, 어쩌면 마주하고 싶지 않아 꾹꾹 눌러 둔 현실이 설움과 함께 터져 나왔다. 엄마 아빠가 눈이 두 개이고, 나는 눈이 한 개가 되어 버린 뾰족한 현실은 그야말로 차갑고 앙상한 모습이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마치 지금에서야 발견한 것처럼, 나는 날카로운 끝을 사정없이 휘둘러 부모의 마음을 찌른다. 숨겨 뒀던 폭군의 모습이 드러나는 광경이다. 부모님의 시선은 미래를 향했고, 내 것은 현재에 머물렀다. 적어도 과거에 묶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 큰 다행이었다. 부모님은 미래의 내가 차별받지 않기를 바랬고, 나는 현재의 내가 행복하길 바랬다. 사고를 겪은 당사자의 마음은, 지금, 현재, 여기 있는 나를 지키고자 애쓰는데, 엎어져 있는 딸을 외면하고 자꾸 저 .. 2023. 3.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