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4 회전목마 Merry-go-round 다치고 빛을 잃은 눈이 결국 피고름까지 쏟아내고 나서야, 그래서 결국은 수술을 피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나서야, 주인은 정신을 차린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또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거늘, 자꾸 스스로를 몰고 가는 버릇 때문에 상처는 결국 덧나고 말았다. 내성균이 자라서, 현존하는 항생제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도 없었다. 결국 코뼈를 뚫고, 고여 있는 고름이 흘러 나갈 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부서진 안와가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금속 임플란트 안쪽으로 고름이 차 있는 상황이었다. 원칙적으로는 외부 물질을 빼고 깨끗하게 씻은 뒤, 새로운 임플란트를 넣어주어야 했다. 하지만 지지하던 부위가 워낙 넓다 보니, 빼버리면 얼굴 형태가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어 택한 차선책이었다. 제발 그다음의 경우.. 2023. 10. 5.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면, 좋은 비교를 하자 ‘비교하지 않으면 평화가 온다.’ 아빠의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에 써 있는 글귀다. 돌이켜보면 비교하는 습관은 항상 문제를 일으켰다. 남과 비교하여 나의 우등함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다수는 자신의 열등함을 찾아 스스로 상처를 내었다. 나 또한 어느 순간 부터 그랬다. 볼 수 있는 눈이 하나가 된 후에는 더 그랬다. 지하철 역과 공원을 걸을 때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두 개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우리 집 반려견 만두도 튀어나올 듯 예쁜 눈을 두 개 갖고 있다. (살다 살다 개랑 비교할 줄은 몰랐다ㅋ 하지만, 개가 여러모로 사람보다 낫긴 하다.) 나는 불안했고, 한편으론 외로움을 느꼈다. 그래서 한 개의 눈으로도 여전히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치열한 노력 끝에 .. 2023. 7. 2. 내가 보는 세상, 세상이 보는 나 모든 경험이 새롭다. 불과 6개월 전에 찾아간 장소와 사람이, 지금은 새롭고 다르다. 그 흔한 '작년 이맘때'는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나는 그 사이 정상인에서 장애인이 되었고, 한 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보는 세상은 많이 달라졌는데, 세상이 보는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겉으로 보는 외모는 짝눈을 가진 사람 정도로 회복했고, 기능적, 사회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다. 어찌 보면 매우 감사한 일이다. 다만 공짜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 다행이긴 한데, 가끔은 억울한 마음도 든다. 내가 보는 달라진 시야와 삶의 불편함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남들은 나를 당연히 이전과 똑같이 받아들인다. 나의 달라진 세상에서, .. 2023. 6. 4. 모든 것이 나에게 달린 시대 우리는 모든 것이 자기 본인에게 달렸다고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더 부유하거나 더 똑똑하거나 더 날씬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것은 본인이 먹거나 먹지 않은 음식 때문이며, 받지 않았거나 받았던 검진 때문이거나, 하지 않았거나 지나치게 많이 한 운동 때문이다. 혹은 내가 태어난 날과 시에 맺어진 운명 혹은 사주 때문이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든 일은 나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가? 30세 중반, 나의 삶을 바꿔 놓은 사고는 나 때문인가? 내가 말을 좋아했고, 말을 타보고 싶었고, 몽골에서 말을 타는 동영상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고, 몽골에 날아가 말을 탔고, 그리고 몽골에서 만난 친구들과 외승을 하러 강원도에 갔고, 그리고 말에서 떨어져 눈을 잃.. 2023. 4.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