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1 멈춤의 미학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다. 쉬기로 한 이후에도 나는 왜 그리 바쁘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한쪽 끝에서는 ‘욕망’이, 또 한쪽 끝에서는 ‘불안’이 나를 양 끝으로 찢어 놓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하고픈 것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많아서 파묻힐 정도로 과한 욕심은 독이리라. 진짜 쉬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피눈물 때문은 아니고 사실은 피똥 때문이었다. (좀 부끄럽지만 뭐ㅋ) 수술 후 4일 째 되던 날, 갑자기 아랫배가 아파 데굴데굴 굴렀다. 정신을 잃을 정도라 화장실에 수건을 대고 쓰러져 있었다. 그러더니 시뻘건 혈변이 똑똑 나왔다. 소화기내과 의사로서 수도없이 봐왔던 환자들 사진과 똑같이.. 갑작스럽고 극심한 LLQ (left lower quadrant, 배를 4사분면으로 나.. 2023. 11.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