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1 버킷리스트, 산티아고 순례길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는, 조그마한 가정의학과 의원이 있었다. 우리 가족 주치의였던 원장님은, 늘 인자한 미소를 띠며 동네 사람들을 돌봤다. 할머니부터 손녀딸에 이르기까지, 우리 가족은 아플 때뿐만 아니라 집안의 대소사 소식을 전하러 의원에 들렀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입학과 졸업, 그리고 마침내 의사가 되기까지, 나는 원장님과 오랜 시간 안부를 나누며 지냈다. 가벼운 건강 문제부터 무거운 삶의 고민까지, 우리가 나눈 모든 시간에는 따뜻함과 사려 깊음이 깃들어 있었다. 뒤늦은 사춘기와 공허함으로 방황하던 20대 초, “연주야 앞으로 뭘 하고 싶니?”라 물으며 날 지긋이 바라보던 원장님의 눈빛이 생생하다. 본인의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는 것’이라며, 하고 싶은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 2023. 5.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