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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4

선택 The Choice 힘든 순간이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불안한 마음이 어찌 들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서른 남짓, 앞으로 살아갈 삶은 그보다 더 긴 것을. 다만 나는, 뒤돌아 보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남은 한쪽 눈으로는 앞을 보자고 선택했을 뿐이다. 선택할 수 없는 것을 과감히 버리니, 아이러니 하게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었다. 파도가 모래에 스며들 듯, 생각과 마음도 서서히 적셔들었다. 내가 나를 받아들임으로써, 나는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뒤돌아 보지 않는 것을 선택하니, 감사하게도 많은 이들이 내 앞에 서 있다. 모든 것은 스스로가 선택하기 나름인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2023. 6. 11.
내가 보는 세상, 세상이 보는 나 모든 경험이 새롭다. 불과 6개월 전에 찾아간 장소와 사람이, 지금은 새롭고 다르다. 그 흔한 '작년 이맘때'는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나는 그 사이 정상인에서 장애인이 되었고, 한 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보는 세상은 많이 달라졌는데, 세상이 보는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겉으로 보는 외모는 짝눈을 가진 사람 정도로 회복했고, 기능적, 사회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다. 어찌 보면 매우 감사한 일이다. 다만 공짜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 다행이긴 한데, 가끔은 억울한 마음도 든다. 내가 보는 달라진 시야와 삶의 불편함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남들은 나를 당연히 이전과 똑같이 받아들인다. 나의 달라진 세상에서, .. 2023. 6. 4.
세상의 작은 초라함들에게 세상은 너무 크고 화려한 데 비해, 나는 너무 작고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고, 한 발짝 내밀면 살얼음이 언 호수처럼 와장창 깨져 물에 빠질 것만 같을 때. 덜컥 앞서는 무서움을 극복하고 조심스럽게 내디딘 한걸음에, 왠지 사방이 고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잔뜩 긴장한 나를 위로하듯, 차분하고 따뜻한 안개가 날 감싸 안는다. 나의 어려운 걸음들을 함께 지탱해 준 이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깨닫는 요즘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렇게 한 발짝씩 세상을 향해 내디뎌 보자. 2023. 2. 17.
슬픔 나눠 들기 내 삶에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치면서, 타인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용기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았다. 타인에게 생긴 큰 불행은, 사실 걱정을 빙자한 이야깃거리가 되기 쉽다. 그리고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는 부분도 안다. 하지만, 마음을 쓰고 용기를 내고 연락을 해 주는 것, 그리고 기꺼이 그 슬픔을 나눠주고자 나서는 것은, 그 어려움을 초월함으로써 당사자에게는 훨씬 더 가치 있고 숭고한 위로로 다가간다. 너무 큰 불행이라 생각되어 다가가기 어렵다면, 더 세심하게 마음을 쓰는 노력을 하면 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그 또한 언어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문제다. 당사자 뒷편에서 잠깐 스쳐가는 걱정 혹은 연민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거기서 더 가까이, 그리고 기꺼이 앞으로 나.. 2023.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