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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2

엄마 생일 날 엄마 생일(신) 날, 우리는 아침 일찍 병원에서 만났다. 외래를 차례로 들르고, 서류들을 발급받고, 수납하고 음료수를 사는 동안, 엄마는 우두커니 의자에 앉아 글씨를 크게 키운 카톡창을 들여다 본다. 아마 생일 맞이 축하를 보내주는 사람들에게 답장을 하고 있겠지. 같이 외래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면, 70대 노모를 모시고 온 50대 딸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경우가 바뀌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일인가. 환갑을 맞이한 보호자를 대동하고 진료에 올 때 마다, 불효막심한 30대 딸은 마음이 아프다. 차로 이동하면서 내가 물었다. “엄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엄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혼 전으로” 라고 대답한다. 처녀 시절의 엄마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하고 싶은 것은.. 2023. 7. 30.
안약 엄마의 핸드폰은 아침 8시와 저녁 6시에 두 번 알람이 울린다. ‘연주 안약 넣어주는 시간’이다. 다친 왼쪽 눈은 감염되는 걸 막기 위해, 반대쪽 눈은 안압이 높아지며 기능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안약을 잘 넣어야 한다. 입원 중에는 그 횟수가 네 번이었다가, 세 번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두 번으로 줄었을 때 퇴원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 눈을 스스로 뜨지 못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퇴원 후 한참이 지나도록 내 눈에 대신 안약을 넣어주었다. 안약 넣는 것은 엄마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아침 8시와 저녁 6시 알람이 울리면, 면봉으로 조심스레 내 눈을 벌려서 안약을 떨어뜨리고, 내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언젠가 딱 한 번, 엄마가 왼쪽에 넣어야 할 약을 헷갈려 오른쪽에 .. 2023.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