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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일(신) 날, 우리는 아침 일찍 병원에서 만났다.
외래를 차례로 들르고, 서류들을 발급받고, 수납하고 음료수를 사는 동안, 엄마는 우두커니 의자에 앉아 글씨를 크게 키운 카톡창을 들여다 본다. 아마 생일 맞이 축하를 보내주는 사람들에게 답장을 하고 있겠지.
같이 외래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면, 70대 노모를 모시고 온 50대 딸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경우가 바뀌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일인가. 환갑을 맞이한 보호자를 대동하고 진료에 올 때 마다, 불효막심한 30대 딸은 마음이 아프다.
차로 이동하면서 내가 물었다. “엄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엄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혼 전으로” 라고 대답한다. 처녀 시절의 엄마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하고 싶은 것은 결국 하고야 마는 말괄량이였다 한다.
“그래서 나는 연주 너가 부러웠던 것 같아.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표현도 잘 하잖아.” 오랜 시간 많은 것을 희생하고 헌신한, 삶의 회한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엄마는 곧 이렇게 덧붙인다. “연주야, 너는 즐겁고 행복하게 살어.”
눈물이 나올 뻔 했다. 현재 나의 삶이 1인분의 몫이 아닌 것을 깨달아서. 엄마의 삶에서 포기했던 많은 것들이, 내 삶에 대신 담겨 있는 것 같아서. 그런데 내가 그 삶을 소중히 아끼는 대신, 마구잡이로 소비해왔던 것 같아서.
앞으로의 삶은, 1.5인분만큼 더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살겠다고 다짐 해본다. 그러려면, 건강을 잘 챙기는 것이 첫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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