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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2

나의 슬픈 최선, 필수의료 “엄마, 엄마 나 보여?" 중환자실 면회를 온, 내 또래의 딸 보호자가 의식이 혼미해진 환자를 소리쳐 흔들며 부른다. “지..혜야..” ‘엄마’라는 소리를 들은 환자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려 황달로 노래진 눈을 딸에게 겨우 맞춘다. 수염이 덥수룩 한 남편 보호자의 눈시울이 동시에 벌개진다. 오랜 간병으로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내가 1월에 수술 받으러 가기 전까지는, 혼자 입원해 있던 환자이었다. 51세의 나이에, 진행성 간암으로 마땅한 치료를 찾지 못했고 경제적 상황도 좋지 못했다. 발만 동동 구르던 새, 상태가 손쓸 수 없이 나빠졌고, 콩팥 기능마저 악화 되며 3일 전 중환자실로 이실했다. 보통의 병원 상황이었다면, 적극적인 투석과 삽관 등의 치료로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설득 했을 텐데, 그럴.. 2024. 2. 27.
의사가 된 과학 영재의 배신 공대 합격자의 의대 이탈에 대한 뉴스가 연일 화제였다. 의대 정원 확대 이슈와 의사 과학자 양성에 대한 토론도 계속된다. 자격이 될지 모르겠지만, 욕먹을 각오와 함께 내가 학창 시절 느낀 바를 꺼낸다. 소개부터 하자면, 나는 일종의 배신자다. 중학교 때 두 군데의 과학영재원에 합격했고, 당시 대한민국 유일한 영재고였던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카이스트 (KAIST) 생명과학과를 졸업 했으나, 후배의 죽음을 계기로, 경로를 틀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내과 의사가 되었다. -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가득해 늘 ‘왜’라는 질문을 던졌던 나는, 과학과 생명 활동에 관한 공부가 무척 재미있었다. 영재교육원에서 실험을 구상하고 창의적인 사고 회로를 돌리고, 친구들과 토론하는 과정이 그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 2024.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