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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5

나를 바꿔야 살 수 있는 삶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30살에 대장암 수술을 하고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그동안의 투병기간에, 자신의 삶을 점철한 단어가 ‘생존’이었다면, 연주는 어땠을까 싶었다며. 말문이 막힌 나는,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생존’이라는 단어를 운운하긴 했지만, 암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내 시야는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의 경계에 놓여 있었고, 나의 정체성은 정상인과 장애인의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으며, 나의 역할 또한, 의사와 환자 그 사이 중간 정도에 있었다. 나는 그렇게, 그 어디에도 확실히 속하지 못한 애매한 경계에 있었다. 좀 더 깊이 파고들어 보았다. 죽음의 공포가 드리운 암 투병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나의 시간도 나름 치열 했었는데.... 2023. 11. 30.
효율적으로 시간 쓰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무작정 쪼개거나 아껴 쓰는 것 말고, ‘현명하게’ 효율적으로 쓰는 것 말이다. 무한히 확장하는 우주를 제외하고는, 지구도, 달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 끝을 맺을 수밖에 없는 유기체이다. 인간으로서, 가장 한정적으로 느끼는 것은 시간과 체력이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한정된 시간과 체력은 나를 선택의 갈림길에 가져다 놓는다. 아직도 내려놓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 인간은, 앞에 놓인 갈림길 사이에서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갑자기 당겨질지, 혹은 지연될지조차 모르는 ‘삶의 끝’을 향하는 비행기 시간 전에, 모든 길을 다 가보고 싶은 ‘욕심쟁이 여행자’가 바로 나다.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하며, 주어진 시간동안 최대한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담아보.. 2023. 6. 4.
함께 Together 예기치 못했던 합병증으로 재입원을 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는 새 많이 약해졌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당장의 모호한 운명에, 인간으로서 무력함과 고통을 동시에 느꼈다. 닳고 닳아 연약한 내면이 드러나 보이는 순간, 나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원래 강하지 않다. 태어날 때부터 강한 인간이 어디 있겠냐마는, 나는 그중에도 자기 확신의 결핍과 끝없는 존재 증명 욕구에 시달리는, 그저 한 명의 연약한 인간일 뿐이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위기들 앞에서 맞닥뜨리는 인간의 한계, 나의 한계는 온통 하찮고 허무할 뿐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약한 인간을 일으키는 것은 모순적이게도 또 다른 인간이다. 생각할 겨를 없이 닥쳐온 고난을 헤쳐 나가는 나에게, 삶의 의미를, 재미를, 그리고 가능성을 다.. 2023. 1. 20.
욕망 The desire 가끔 스스로의 욕망에 잡아 먹힐 것 같은 두려움이 드는 때가 있다. 그 욕망의 종류는 식욕, 성욕, 물욕 에서 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욕망 등 내용만 차이가 날 뿐, 무언가를 강하게 원하고 이루고 싶은 감정이라는 차원에서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욕망이 화르르 불타오를 때 나란 존재는 이성도, 논리도 사라진 채, 욕망의 지배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 같다. 욕망이라는 것은, 만족되거나 혹은 잊혀지면 사라진다. 아무리 간절하게 먹고 싶었던 음식도, 시간이 지나 배고픔이 충족되면 왜 그토록 팀했는지 모를 정도로 강했던 욕망이 잦아든다. 헤어진 연인이 보고 싶어 미치겠는 그 강한 열망도, 시간이 지나 잊혀지면 잠잠 해지고 당시의 내가 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처럼 .. 2023. 1. 5.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 http://youtube.com/@playdang 연주당 Play Dang 서른셋 내과 의사의 좌충우돌 인생 즐기기 함께 하는 따뜻한 세상을 지향합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지만, 삶은 여전히 아름다운 교훈을 줍니다. 행복하게 살아요 우리 :-) 개인인스 www.youtube.com 내가 한쪽 눈을 잃고도 유튜브를 찍어 올리는 것을 보며, 혹자는 이상하다거나 살짝 돌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퇴원하는 날, 마지막으로 들렀던 이비인후과 외래에서, 선배 교수님이 “연주 대단하다. 나 같으면 유튜브는 생각도 못 할 것 같은데.”라고 안부 인사를 건네자, 옆에서 듣고 병실로 올라 온 엄마는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펑펑 우셨다. 너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유튜브 할 마음이 드냐고. .. 2022.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