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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3

서울의 봄 #서울의봄 을 최근에야 보았다. 2023년 연말에 개봉해 누적관객수 천삼백만이 넘은 영화다. 현 정권의 폭탄 같은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증원 발표 후 전공의들의 임시대의원총회가 새벽까지 이어지던 날이었다. 여러 모로 마음이 혼란스러워 견디기 힘들었던 밤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분노가 일었다. 파워 게임에서 밀려 정의와 원칙이 손쓸 수 없이 무너지는 과정이 견딜 수가 없었다. 당시의 정확한 진실은 알 수가 없으나, 역사가 말해주는 분명한 사실은 하나 있었다. 이기는 자는 모든 것을 갖고, 패배한 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는 사실. Winner takes it all. 영화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합동수사본부장 전두광(배우 황정민)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배우 정우성)이 대치하는 장.. 2024. 2. 16.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어이 간호사아아아아아!!!!! 아파죽겠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아직도 진통제를 안 줘어!!!?” 수술 받기 위해 내가 입원한 병실은 정형외과 병동이었고, 내 맞은편의 환자는 7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무릎 관절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된 할머니였다. “죄송해요. 환자분,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저희가 다섯 번이나 연락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직 답장이 없으세요 ㅠㅠ 지금 안 좋은 환자가 생긴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연락해 볼게요.” “아니 뭐 이런 경우가 있어!!!! 아이고 아파 죽네. “ 병원에서 무척 흔하게 생기는 상황이지만, 병실에서의 씨름을 눈앞에서 목도한 것은 처음이었다. 간호사 입장도, 환자 입장도 너무 딱했다. 점점 늘어나는 입원 환자 수에 비해, 값싼 인력인 수련의 몇이 당직을 서는 종합병원은.. 2023. 10. 31.
젊은의사협의체 발대식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젊은의사협의체의 공동대표를 맡게 된, 내과 전문의 서연주입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우리 모두 안팎으로 힘든 시간을 겪었습니다. 환자를 최선으로 돌보기 위해 스스로 돌보는 것은 포기하기도 했고, 의료계의 안녕을 위해 나의 안녕을 내려 놓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지치고 힘들어 눈 감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Why 왜’라는 질문에도, ‘How 어떻게’라는 질문에도 답을 낼 수가 없어 방황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for what, 무엇을 위해’ 라는 질문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우리는 ‘환자도, 의사도,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 그리고 ‘다함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2023.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