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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재경험, 그리고 다시 용기

by 윙크의사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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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피하고자 애썼던 얼굴 (좌측 안와) 재수술을 받게 되면서, 1년 만에 많은 증상들을 재경험 하는 중이다. 

 

첫째로는, 눈꺼풀이 다시 닫혔다. 기적처럼 떠 졌던 왼쪽 눈꺼풀이었는데 말이다. 처음 다쳤을 때는 슬퍼 보이는 U 모양 이더니, 지금은 웃는 ^ 모양으로 감겼다. 덕분에 이제는 진짜 #윙크의사가 됐다. 그동안 많이 웃으려 애쓴 보람이 있는 것인가. 역시 평소의 표정에 따라 사람의 얼굴 형태는 변한다.

 

둘째로는, 피부 감각이 아예 사라졌다. 이전에도 꽤나 무뎌있던 터라 그러려니 했는데, 코에서 뭐가 흐르는 것도 못 느끼는 것은 좀 곤란하다. 병원에서 신나게 찍은 셀카를 보니, 코피 흐르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결국 옷에 흘렸다. 엄마는 코흘리개라 놀리며 거울을 자주 보라는 조언을 해줬다. (앞으로 제가 코찔찔이 맹구 상태면 꼭 알려주시길 부탁합니다.)

 

셋째로는, 눈 밑에 더 큰 절개선과 스크래치가 생겼다. 염증으로 유착이 심해 수술도 어려웠을 거다. 그치만 흉터가 계속 생기는 것이 아무래도 속이 상한다. 아무리 현대의학과 미용기술이 발전했다고 한들, 애초에 물려받은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노화와 손상으로 인한 ‘비가역적인’ 변화 속에서, 오늘을 어떻게 살지 더 신중해야 함을 깨닫는다. 

 

앞의 증상들이 어느 정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도 있겠다. 시간의 위대함을 이미 경험했기에, 첫번째 수술 당시보다 ‘예측 불가능’에서 오는 불안함은 덜하다. 다만, 겨우 복귀한 사회 생활로부터 다시 고립되어 있자니, 갑자기 달라진 일상 속도 만큼의 ‘무기력’과 ‘공허함’이 남았다. 

 

빈 마음을 채우려는 듯 소비욕과 식탐이 늘었다. 위기감을 느껴 #리브레 센서를 다시 착용하고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했다. 복귀하며 중단했던 고압산소치료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그동안 바쁜 일상 속에 미뤄졌던 독서와 글쓰기도 다시 챙겨 보기로 한다. 내 일상에 ‘다시’ 주어진 고요한 공백을, 감사히 쓰며 낭비하지 않기로 한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정면으로 마주 하기를 피하고 욕구 채우기에 급급하다보면, 문제 해결은 저만치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에 모른 척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없더라. 중요한 것은 문제를 알아차리고, 해결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구별하여, 달라져 보려고 #용기를 내는 것이었다. 그 용기는 당장 지금부터 일어나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새해의작심삼일

#다시시작하면됩니다

#청룡의해는기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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