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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르크 일기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만 오는 곳이 아니다

by 윙크의사 202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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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말하는 현장…선별진료소에 사람 몰리면서 기존 입원 환자 진료 공백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지자체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선별진료소를 도입하고 대학병원은 운영하는 선별진료소 개수를 늘렸다.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버퍼(buffer)병동’을 운영하는 대학병원도 있다. 버퍼병동은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임시로 머무는 공간이다.

당연히 의료진의 업무량도 기존보다 늘었다. 외래 환자는 줄었다고 해도 기존 입원 환자 진료에 선별진료소 업무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일부 진료과 전문의 중심으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던 대학병원도 찾는 사람이 늘면서 투입 인력을 확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기존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데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만난 대한전공의협의회 서연주 부회장과 서울대병원 내과 3년차인 윤시몽 전공의도 그랬다. 서 부회장은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내과 2년차 전공의로 근무 중이며 윤 전공의는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들을 진료하는 주치의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대해 과한 공포심을 경계하며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만 오는 곳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Q. 코로나19 검사를 받길 원하는 사람이 늘면서 선별진료소도 확대하고 투입되는 의료 인력도 늘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변화를 느끼나.

서연주: 여의도성모병원은 선별진료소 4개소를 운영하는데 야간에도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으로 포화 상태인 경우가 많다. 선별진료소마다 검사가 필요한 환자가 차 있어 그 뒤로 4-5명이 자차에서 대기하기도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기 시작하고 언론에 보도되며 국민적 불안감이 상승하고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도 급증했다.

정규 근무시간에는 병원 내 인력이 많지만 당직 시간대에는 인력이 3분의 1 수준으로 준다. 기존에도 야간에는 당직인 전공의가 담당하는 환자가 주간보다 많아지는데, 선별진료소를 커버하며 로딩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선별진료소 내부에서 문진·진찰·검체 채취 중에는 콜조차 받을 수가 없다. 기존 입원 환자에게 문제가 생겨도 바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Q. 그만큼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윤시몽: 지역사회 감염은 시작됐고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를 어떻게 분류하고 치료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기저질환이 없고 건강한 사람이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인다고 대학병원으로 바로 오면 안된다. 1339나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해서 보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서 응급실이나 병원이 아예 폐쇄되는 일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거기 다니던 기존 환자들은 어떻게 하는가.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만 오는 곳이 아니다.

서연주: 코로나19 의심환자의 의료기관 이용률이 증가하면 기존 입원 환자들이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더 커진다.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료진 감염 위험도 덩달아 높아진다.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가 분류될 수 있어야 한다. 대국민 교육이 필요하다. 과한 공포감으로 패닉에 빠지다보니 코로나19 검사를 해달라며 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료한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 사이에도 온도차가 있다. 각 분야별로 충분한 정보를 알려주고 교육해야 한다.

Q. 정부도 경증 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중증 환자는 병원에서 치료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시행 중이다.

윤시몽: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음압격리병상은 제한적이고 대학병원들은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감염병인 코로나19 환자가 중환이 되면 일반 중환자보다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이 필요하다. 음압격리병실에 갖고 들어갈 수 있는 포터블(portable) 장비로 검사해야 하고 사용한 장비도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서연주: 응급실에 중증이지만 폐렴 증상이 있는 환자가 오면 우선 격리병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치료해야 한다. 중증 환자는 혈압이나 맥박, 체온도 자주 확인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의료인은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병원의 경우 중증 환자가 방치될 수도 있다.

Q. 전문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분야별로 의견이 충돌하기도 한다.

서연주: 대한감염학회 의견이 정부 대책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학회 의견을 믿고 따라야 한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도 초기에는 감염내과 교수의 권고나 지침을 무시하거나 불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더 일찍 감염내과 권고대로 했어야 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관련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윤시몽: 정부는 정책을 결정할 때 실무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정부가 원하는 내용을 논의할 게 아니라 실무자와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원하는 바를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감염학회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현장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메르스(MERS) 사태 당시와 비교하기도 하는데 의미 없다. 메르스와 코로나19는 다른 질환이기에 대응도 달라야 한다. 지금 그저 최선을 다할 때이다. 

Q. 코로나19와 관련해서 과한 공포감을 조장하는 보도가 이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연주: 비록 경험이 적은 전공의지만 내부에서 이야기 하다보면 정부나 언론의 반응에 아쉬운 점이 있다.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었기에, 지금은 개별 확진자 숫자나 동선파악이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이런 보도는 오히려 국민적 불안감을 확산시켜 불필요한 검사비용 지출, 의료자원 낭비를 야기 하고 정작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은 소외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지금도 선별진료소를 찾는 환자들을 보면 대다수가 20-30대 젊은 층이라 한다. 검사가 필요 없는데 본인이 원해서 오는 경우도 많고, 검사가 필요 없다고 말하면 의료진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그렇게 의료자원이 낭비되는 사이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벌써 중증 환자가 검사·치료기회를 놓쳐 사망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더 이상 국민적 공포심을 확대시킬 것이 아니라, 명확한 선별 기준을 마련하고, 자가격리 및 안내 지침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자원 소모를 줄이고 중증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감염학회 등의 전문가 의견을 적극 반영해 이 위기를 현명하게 같이 극복해 나가면 좋겠다.

[청년의사 (송수연 기자) 인터뷰 ]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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