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더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내게 닥쳐온 위기는 너무 크고, 그에 비해 나는 너무나 작아 보일 때. 견딜 힘이 부족해 더 이상 나를 꾸며내지 못하고, 닳고 닳아 연약한 내면이 드러나 보일 때. 지금까지 어떻게든 붙잡고 있던 끈을 탁 놓쳐버릴 것 같을 때.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누가 했는가. 그건 위기를 지나친 승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정신 없이 닥쳐오는 커다란 위기에 깔려 뭉개진 패자 에게는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나를 무너뜨리는 위기는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데, 가만 살펴보면 인간의 한계가 이 쯤 이라니 아주 허무하고 또 하찮게 느껴질 뿐이다.
밖의 세상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내 모습이 싫고, 또 소중한 이들에게 못나게 굴었던 내 모습이 후회 스럽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자기 혐오는 어느 순간 삶의 위기로 터져 나온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무엇이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존재는 그 뿐이구나. 열등감에 휩싸인 결과다.
부모를 보고 난 후면, 난데 없이 위기가 몰려온다.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만 하는 모자란 나를, 그럼에도 나를 너무 사랑하는 그들. 죄책감과 함께 몰려오는 그 처절한 감정은 나를 구렁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간다. 아무리 크게 소리를 쳐도 아무도 날 구해줄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어두컴컴하고 또 추운 곳 말이다.
그럴 때면 도망칠 곳이 필요하다. 내게는 음악과 글이 도망칠 안식처다.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은, 속에서 고여있던 감정과 슬픔을 방출시킨다. 그렇게 정신없이 쏟아낸 것들은, 글로 옮기며 한땀씩 상처를 꿰맨다. 도망치는 건지 씹어 삼키는 건지, 아님 토해내 치우는 건지는 몰라도 아주 효과적인 위기 대처법이다.
누군가 구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건 너무 늦다. 나를 구원할 사람은, 더 높은 차원의 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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