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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생존 Survival

by 윙크의사 2023.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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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러진 좌측 안와에 덧대진 그물망 임플란트

조각조각 나서 일부는 사라져 버린 내 얼굴 뼈. 안구 주변의 뼈들이 부서진 탓에, 그리고 코와 연결되는 점막 장벽들이 무너진 탓에, 내 좌측 얼굴과 코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균을 막을 재간이 없다. 30대의 나는 정맥 항생제의 도움으로 한 차례의 위기를 잘 넘어갔지만, 40대, 50대, 60대, 70대의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 말은, 내가 앞으로 견디고 싸워야 할 대상이, 남은 한쪽 눈으로 보게 될 좁은 시야가 아닌, 언제 어디서 들이 닥칠지 모르는 세균들과의 전쟁이라는 뜻이다.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잔뜩 긴장해야 생존할 수 있는 삶. 감염 징후에 촉각을 세우고 너무 늦기 전에 알아채야 지킬 수 있는 삶, 앞으로 나에게는 안심하고 마음을 내려놓을 여유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30대에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니. 참으로 한탄스럽고 절망스럽다. 앞만 보고 달려가도 되는,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와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자만했다. 아, 얼마나 천진난만하고 순진했던 시절이었는가. 지금의 나를 잡아끄는 이 모든 불안한 걱정들이 무겁고 끈적거린다. 그렇지만 뒤돌아보지는 않겠다고 다짐한다. 뒤돌아보는 순간, 나는 그만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다.

 

외부로 발산하고 있는 것들로부터 관심을 거둬, 사소한 나의 것들에게로 중심을 천천히 옮겨와 본다. 숨결, 눈물, 손가락여전히 존재하고 기능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가. 앞으로는 소중한 나의 일부를 조금 아끼고 보살펴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 이렇게 생존해 있음에 깊은 안도를 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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