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조각 나서 일부는 사라져 버린 내 얼굴 뼈. 안구 주변의 뼈들이 부서진 탓에, 그리고 코와 연결되는 점막 장벽들이 무너진 탓에, 내 좌측 얼굴과 코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균을 막을 재간이 없다. 30대의 나는 정맥 항생제의 도움으로 한 차례의 위기를 잘 넘어갔지만, 40대, 50대, 60대, 70대의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 말은, 내가 앞으로 견디고 싸워야 할 대상이, 남은 한쪽 눈으로 보게 될 좁은 시야가 아닌, 언제 어디서 들이 닥칠지 모르는 세균들과의 전쟁이라는 뜻이다.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잔뜩 긴장해야 생존할 수 있는 삶. 감염 징후에 촉각을 세우고 너무 늦기 전에 알아채야 지킬 수 있는 삶, 앞으로 나에게는 안심하고 마음을 내려놓을 여유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30대에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니. 참으로 한탄스럽고 절망스럽다. 앞만 보고 달려가도 되는,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와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자만했다. 아, 얼마나 천진난만하고 순진했던 시절이었는가. 지금의 나를 잡아끄는 이 모든 불안한 걱정들이 무겁고 끈적거린다. 그렇지만 뒤돌아보지는 않겠다고 다짐한다. 뒤돌아보는 순간, 나는 그만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다.
외부로 발산하고 있는 것들로부터 관심을 거둬, 사소한 나의 것들에게로 중심을 천천히 옮겨와 본다. 내 숨결, 내 눈물, 내 손가락… 여전히 존재하고 기능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가. 앞으로는 소중한 나의 일부를 조금 더 아끼고 보살펴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 이렇게 생존해 있음에 깊은 안도를 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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