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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

함께 Together

by 윙크의사 2023.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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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선물해주신 책과 윙크의사

예기치 못했던 합병증으로 재입원을 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는 새 많이 약해졌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당장의 모호한 운명에, 인간으로서 무력함과 고통을 동시에 느꼈다. 닳고 닳아 연약한 내면이 드러나 보이는 순간, 나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원래 강하지 않다. 태어날 때부터 강한 인간이 어디 있겠냐마는, 나는 그중에도 자기 확신의 결핍과 끝없는 존재 증명 욕구에 시달리는, 그저 한 명의 연약한 인간일 뿐이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위기들 앞에서 맞닥뜨리는 인간의 한계, 나의 한계는 온통 하찮고 허무할 뿐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약한 인간을 일으키는 것은 모순적이게도 또 다른 인간이다. 생각할 겨를 없이 닥쳐온 고난을 헤쳐 나가는 나에게, 삶의 의미를, 재미를, 그리고 가능성을 다시 붙잡게 해 주는 것은 타인의 따뜻한 공감과 마음 씀씀이다.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되지만, 인간 존재가 사려 깊게 고민한 흔적은 틀림없이 향을 남긴다. 

 

감정을 추스르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오래된 경주마 영화 DVD와 책을 전해 주신 교수님, 어려운 책 말고 쉬운 걸 보라며 무려 만화책 세트와 고전문학책을 양손에 지고 온 인생 선배님, 힘들 때 맛있는 걸 먹었으면 좋겠다며 택배로 약과를 보내온 내과 후배, n번째 팬이라며 쿠키와 편지를 무려 다른 병원에서 전달해 준 인턴 후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과 시간을 쓰게 될지 몰라 지쳐 있는 나를, 평소 멀리 있던 따뜻한 이들이 보듬어 일으켜 세운다. 각자의 고난과 삶을 헤쳐가는 것은 역시 연약한 인간 혼자 이지만, 과정에서 오가는 따뜻한 공감과 위로는 우리를 함께 엮인 거대하고 강한 존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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