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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르크 일기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해외 선택 실습 : 페루 쿠스코 병원

by 윙크의사 2022.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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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메리카 페루 쿠스코의 Lorena Hospital >

 

1. 프로그램 명

 

  MEDICSAWAY (Hospital Antonio Lorena, Cusco, Peru)

 

2. 실습 목표 

 

1) 페루 공공병원 (Hospital Antonio Lorena del Cusco)에서 임상실습 참관을 수행한다.
2) 페루의 지역의료 체계 및 보건의료 시스템을 직접 체험하고 이해한다.
3)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남아메리카 지역주민을 위한 의료시스템 개선 방안 및 국제 보건 사회의 역할에 대해 고찰해본다.

 

3. 실습 기관 특성 

 

  Medicaway란 'designed by doctors for doctors'라는 모토로 2003년 설립된 Medical elective agency로서, 의과대학 학생들이 혼자 힘으로는 가기 어려운 의료취약 및 빈곤 국가의 지역의료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미래의 의사들이 세계 보건의료 발전을 도모하는 기회를 제공함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상 국가들은 남아메리카, 네팔, 인도, 아프리카 등의 최빈국 들이며, 프로그램을 신청한 의대생들은 실습 동안 해당 지역의 Local hospital 혹은 community의 health care project에 참여하며 다양한 임상적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내가 Medical Elective를 신청한 지역은 페루의 고산도시 ‘쿠스코'이며, 센트로에서 택시로 15분가량 걸리는 Hospital Antonio Lorena에서 임상실습을 수행하게 되었다. 페루는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의료 보건정책 예산 비율이 4.8%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주요 5대 질병은 결핵, 암, 에이즈, 말라리아, 영양실조라고 한다. 영토 상당 부분이 안데스산맥에 위치하며, 특히 고산지대가 많아 병원 접근성이 매우 낮다. 

4. 실습 일정

 

1) 1주차

  미국과 일본을 경유하여 페루 LIMA 공항으로 이동 후 (36시간), 다시 비행기를 1시간 남짓 타고 Cusco 공항에 도착하였다. Cusco는 해발 3000m의 고산지대에 있으므로, 고산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하루 이틀가량은 무리한 움직임을 피하며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동안 Medicsaway 로컬 담당자인 Mercedes Aguilar에게 Orientation을 듣고 Hospital Antonio Lorena 병원에 함께 방문해, Clinical rotation을 위한 서류제출 및 자격등록 절차를 밟았다.1주차에는 직접적으로 환자를 보거나 임상술기에 참여하는 대신, 전체적인 병원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참관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일과 외 시간에는 원활한 일차 진료 적응을 위해 스페인어 레슨을 수강하였다. 

실습 시작 전, 관련 약관에 서명하고 명찰 겸 자격인증 카드를 발급받는다.
일과 후에는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현지인에게 스페인어 레슨을 받았다.

2) 2~3주차

  2주차부터는 General medicine 파트의 Medicina Mujeres (여자 병동) 에 배정되어 임상실습에 참여하였다. 임상과 별로 환자가 배정되고 병동이 분리되는 한국의 3차 병원 시스템과는 달리, 페루 지역 병원의 경우 병동은 남자와 여자 병동으로만 구별이 되며, General medicine (일반 의학) 파트에서 환자 전반의 케어를 책임지고 세부적인 것은 컨설트를 요청하는 식으로 진단 및 치료가 진행된다. 환자 주치의는 인턴이 맡으며, internal medicine (내과) 교수님이 번갈아 가며 회진을 돌고 환자를 보게 된다. 또한 본교 병원과 마찬가지로, Hospital Antonio Lorena 병원에서도 인턴 주제발표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3주간 다음 5개 주제의 발표를 들을 수 있다. (Intoxification, Abdominal pain syndrome, Reumatoid arthritis, Agitation, Salmonellosis & Typhus)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엄숙한 분위기의 아침 회진 시간과, 회진 끝난 후 차트 정리에 분주한 의과대학생의 모습


나의 튜터로서 Medicina Mujeres (여자 병동) 담당이었던 인턴 Ray Beccerra Vasquez가 배정되었고, 그가 주치의를 맡은 환자의 차트 정리 및 처방 작성 등을 도와 진행하였다. 환자 베드는 ‘까마(CAMA)’라고 표현하며 까마1부터 까마12까지 최대 12명의 환자가 한 병동에 입원해 있게 된다. 병동 입구에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각 환자의 이름과 나이, 입원 날짜, 'SIS(sistema integral de Salud)'라 부르는 의료보호 번호 및 'Prefactura' 라는 등록 및 지불 번호가 적혀 있으며, 처방을 내릴 때나 컨설트를 의뢰할 때, 이름과 함께 항상 이 번호들을 적어 넣게 되어 있다. 

 


페루의 공공병원에는 EMR과 같은 전산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차트 기록과 처방, 컨설트 의뢰 등은 수기 작성으로 이뤄지며, X-ray, CT와 같은 영상자료 또한 직접 필름을 형광등에 비춰보며 진단에 이용하게 된다.  

회진은 보통 8시에 시작하고 환자 한 명당 할애하는 시간은 10분가량으로 한국에 비해 굉장히 길었다. General medicine 회진의 주요 내용은 이전에 시행한 검사 결과 및 컨설트 답변을 확인한 후 기본적인 처방을 내리고, 어떤 파트에 다시 컨설트를 의뢰할지 정하는 것이다. 레지던트 이상 레벨의 의사들은 각자의 이름이 적힌 스탬프를 가지고 다니는데, 인턴들이 작성한 차트에 스탬프를 찍어야 그 내용이 유효하게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회진이 끝나면 항상 작은 방에 모여 차트를 확인하고, 그날의 처방지, 검사지, 컨설트 의뢰지를 작성한 후 스탬프를 찍는 것이 오전 일과가 되며, 이후는 컨설트를 의뢰한 각 과의 담당 교수가 차례로 병동을 방문하는 것을 기다리는데, 각 분야 교수가 직접 환자를 보고 차트에 컨설트 답변을 적어주면 이를 보완하여 환자 진단 및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회진 후 컴퓨터를 이용한 EMR (Elective Medical Records) 프로그램으로 정리를 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모든 것이 수기로 진행된다.
열심히 스페인어를 따라 그리며 처방지를 작성했다. 뿌듯-

5. 실습 결과 


 Hospital Antonio Lorena 병원에서 임상실습 참관을 수행하며, 한국의 2차, 3차 병원에 비해 페루 공공병원의 의료환경이 굉장히 열악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건물은 대부분 컨테이너로 이뤄져 있으며, 환자 수에 비해 병동 크기도 작고, 의료기기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진단 및 치료받기까지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한 예로 chemotherapy를 받아야 하는 multiple myeloma 환자가 있었는데, 수도 리마까지 열흘이 넘게 걸려서 편지와 혈액 샘플을 보내 진단하고, 항암치료 또한 해당 병원에서 할 수 없어 결국 전원을 보내야 했던 경우가 있었다.

 

 영토에 비해 전문병원의 수가 부족하고, 또 지역 격차가 크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으로, 이에 대해 최근 페루에서는 의료기기 보급 및 인프라 구축 등의 보건복지 투자를 확대할 뿐 아니라, 한국의 가천길병원과 MOU를 맺어 원격의료 시스템을 도입하고, 차량 내부에 초음파 및 의료기기가 설치된 이동검진 차량을 도입해 고산지대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또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페루의 의료보험은 MINSA(Ministerio de Salud), EsSalud, PNP, FAP, NAVAL, Privado로 크게 나뉘며 이 중에서 MINSA와 EsSalud이 90%이상의 의료를 담당한다고 한다. MINSA(Ministerio de Salud)란 한국의 보건복지부로, 직장이 없어서 EsSalud에 가입하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MINSA에서 운영하는 병원, 즉 국립병원을 이용하게 된다. 시설은 매우 열악하며, 내가 임상실습을 수행한 Hospital Antonio Lorena가 여기에 해당한다. EsSalud는 건강관리보험공단과 같은 성격을 갖는데,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매달 일정액을 내는 돈으로 운영이 되며, MINSA 소속의 병원들보다 시설 및 인프라가 우월하다. 그리고 이 보험을 가진 사람들은 EsSalud 소속 병원에 가면 모든 것이 공짜이나, 새벽같이 가서 줄을 서지 않으면 순번이 돌아오지도 않고, 아무 EsSalud 소속 병원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사는 곳을 기준으로 하여 지정된 병원에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Privado는 사립병원으로, 대부분 “Clínica”라는 이름이 붙고 진료비와 치료비가 매우 비싸서 주로 부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유명한 의사에게,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진료를 받고 싶을 때 활용한다. 이 밖의 PNP (Policia Nacional del Perú)는 페루의 경찰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한 병원, FAP (Fuerzas Armadas del Perú) 페루의 육군과 공군을 위한 병원, NAVAL은 페루의 해군을 위한 병원이다.

 

 SIS는 한국으로 생각하면 “의료보호”에 해당하는 제도로써, 주로 페루의 극빈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다. SIS환자로 등록이 되면 이 환자들은 MINSA 소속의 병원에서의 외래진료, 응급실 진료, 검사비용, 투약비용, 치과 진료 등의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임상실습을 수행한 Hospital Antonio Lorena 병원의 경우, 환자 대부분이 SIS에 등록되어 있고, 생활 형편이 아주 낮은 경우가 많았다. SIS가 정말 좋은 제도임에는 분명하나, 총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의료혜택이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그만큼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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