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윙크의사 일기

'따뜻함'이란

by 윙크의사 2023. 4. 10.
728x90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장어덮밥과, 따뜻한 문구로 가슴을 울린 <아침의 피아노>

나보다 5살이나 어리지만, 5배는 어른스러운 홍현이다. 사고 후 응급 수술받고 통증으로 헤매는 동안, 홍현이는 손수 만든 도시락을 병원까지 들고 왔으면서도 아파 보이는 날 배려해 아무 말 없이 돌아가 주었다. 아주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미안하던지. 거절에 서툰 나를 두고두고 배려하는 어린 동생의 깊은 마음은 날 오래도록 숙연하게 한다. 

 

어리지만 어른 같은 홍현이는, 이번에는 환한 채광이 드는 자신의 공간에 나를 초대한다. 온종일 준비했을 것이 뻔한, (어쩌면 하루를 훌쩍 넘기는 고민과 노동이 필요했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정성 가득한 음식을 내온다. 사방의 따뜻함 속에서, 나는 사랑이 담긴 장어 덮밥을 꼭꼭 씹어 삼킨다. 난데없이 터진 울음은 이내 이어지는 깊은 대화와 유쾌한 웃음 속에 자취를 감춘다. 

 

고통스럽던 시절 써 내려가던 글을 보고 내 마음 구석구석을 알아챈 홍현이는, 여전히 필요한 것들을 아주 현명한 방법으로 전해준다. 질병과 함께한 여생,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너무도 거룩하고 눈물 나게 빛났던 분이라며 故 김진영 철학가의 책과 아끼는 엽서에 손수 쓴 편지를 내민다. 그는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삶을 진심으로 마주하고 글로 적은 그의 당당함과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남은 이를 위로한다.

 

소중한 동생이 전해준 귀한 배려와 글을, 

오랫동안 꼭꼭 씹어 마음으로 삼켜야겠다.

'윙크의사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플워치 8 (Apple watch series 8)  (0) 2023.04.23
진정한 행복  (0) 2023.04.10
과거의 기록  (0) 2023.04.04
모든 것이 나에게 달린 시대  (0) 2023.04.04
흉터  (0) 2023.03.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