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나 다친 다음에 진짜 행복해. 나 안 다쳤으면 가족들한테 마음 터놓는 법도 모르고, 집에 잘 오지도 않고, 그렇게 살았을 거야.”
“응, 엄마도 행복해. 아빠랑도 더 돈독해지고, 우리 연주도 자주 보고.”
한눈을 잃은 후, 나는 더 행복해졌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건 진짜다.
한쪽 눈으로만 보는 것이 불편하지 않아서일 거라고? 글쎄, 모두가 예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불편하다. 심지어는 투병 생활 내내 곁에서 함께 했던 엄마도 모를 만큼.
1. 시야 : 갈가리 찢어진 번개 모양의 지각이 왼쪽 시야에 남아 있어 오른쪽과 겹친다. 겹쳐 보이는 모든 장면은 뿌옇고 번잡스럽다. 찢어진 모양이 꼭 내 눈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2. 감각 : 왼쪽 뺨과 코, 입술까지의 감각이 없다. 차라리 아예 없으면 더 편할 텐데, 신경이 합선되면서 이상감각이 생겼다. 예를 들면, 내가 혀로 입술을 간질이면, 내 왼쪽 볼이 간지럽고, 뜨거운 것이 입술에 닿으면, 왼쪽 눈 밑이 뜨거워 깜짝 놀란다.
3. 통증 : 염증이 생기며 조직이 엉겨 붙어선 지, 내 왼쪽 얼굴은 마치 찐득찐득한 본드가 달라붙은 것처럼 잘 늘어나지를 않는다. 입을 크게 벌리면 찢어질 듯이 아프고, 찡그리면 둔탁한 반죽 덩어리가 올라 있는 듯이 답답하다.
아무튼,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잠에서 깬 직후부터 다시 잠들기까지 모든 일분일초 동안 느끼는 불편한 감각들이다. 아마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감각이 아니라서, 누구든 잘 상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나는 요새 진실하고 충만한 행복을 경험하는 중이다. 물론 모든 순간이 행복하다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조급하고 불안한 감정이 날 괴롭힐 때도 있다. 워낙 성격이 급하고 빠른 성과를 내어 왔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이 ‘이상한’ 행복감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하는 중이다. 결국 끝이 나고야 마는 일생에서, 최대한의 ’행복’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곤히 잠든 듯 유난히 편안한 표정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비결은 뭘까?
다치기 전에 몰랐던 삶의 ‘진짜’ 정수를 경험해서일까. 나는, 이번 생에, 조금 더 지혜롭고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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