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를 선물받았다.
오랜 친구지만, 오랫 동안 못 보고 지낸 친구가 선물해줬다.
사고 나기 전 마지막으로 나눈 통화에서, 친구는 오른쪽 눈의 녹내장으로 실명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마음이 힘들다 했다.
나는 친구에게 꼭 꼭 건강 관리 잘 해야 한다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꼭 병원에 빨리 가보라고 신신 당부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갑작스런 사고로 상황이 뒤바뀌며, 난데 없이 내가 한쪽 눈을 실명하게 되었다. 실명이란 것이 우리 나이 대에 흔한 일은 아닌데, 우리(친구와 나)에겐 어쩌다보니 흔한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친구한테 소식을 전하는 것이 어렵고 고민되었던 이유는 그래서였다. 친구가 실명이란 어두운 그림자를 자기 것처럼 받아들일까 봐. 그래서 더욱 울적하거나 불안해 할까봐.
고민 끝에, 유튜브 영상으로 사고 소식과 이겨내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처음엔 무척 놀랬겠지만, 그 덕에 직접 만나서는 아팠던 이야기는 쏙 빼 놓을 수 있었다.
우리는 오래 전의 즐거웠던 과거와 앞으로 다가올 기대되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유튜브 덕분에 우리는 귀한 시간을 한 톨도 낭비하지 않고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친구가 선물한 신형 애플워치(심지어 셀룰러+에플케어플러스!!)에는 눈에 선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친구는 내게 꼭 주고 싶은 선물이라며, 노티 받고 산책할 때 쓰라고 했고, 혹여나 사고 났을때 긴급 연락도 간다고 했다.
친구는 아마도, 직업적 특성 상 응급 연락을 계속 확인해야 하는 내가, 전자파가 나오는 핸드폰 대신 휴대알림이 오는 애플워치로 자유로워 지길 바랬나 보다.
친구는 어쩌면, 힘든 치료로 체력적으로 약해진 내가, 하루에 몇 걸음이라도 더 걷고 산책할 수 있도록 애플워치가 용기와 격려를 해주길 바랬나 보다.
친구는 혹여나, 먼 강원도에서 몇 시간을 의식 없이 실려온 내가, 앞으로는 더 다치지 않기를,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이 생겨도 애플워치 덕에 빨리 구조될 수 있길 바랬나 보다.
과분한 선물을 거절하지 않고 받기로 한 것은, 친구의 마음이 너무나도 깊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가 선물한 애플워치 덕분에, 앞으로 보다 자유롭고,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기계와 기술에 인간의 진심과 마음이 담기는 아름다운 순간은, 바로 지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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