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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6. 다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왠지 인생에서 기념(?) 아닌 기억해야 할 날짜가 하루 더 늘어난 기분이다. 막상 그 날이 되니 생각보다 덤덤하게 지나가 버린다. 삼십여년 두쪽 눈으로 살아온 세월을 뒤로 하고, 한쪽 눈으로 쌓아갈 삶들이 차곡차곡 앞에 남았다.
1년 전을 돌이켜보면, 저 컴컴한 병원 건물 병실 한 칸에서 온갖 감정을 거쳤다. 몸에 걸친 얇은 환자복과 팔을 칭칭 감은 수액줄이 한편으로는 날 가둬두는 죄수복과 수갑 같았다. 창문 너머 코앞에 보이던 5분 거리의 자취방은, 당시에는 안개 속에 갇힌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지금 서 있는 병원 밖 삶도 치열하긴 매 한가지지만, 저 안에서의 삶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다. 1년 간 안팎으로 참 고생하며 생존하고 성장해왔다. 혼자 힘으로는 해낼 수 없었을 것임을 기억하며, 당시의 간절함과 감사함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1년 전의 오늘도 이렇게 추웠던가. 여전히 병원에서 고군분투 중인 모든 아픈 존재들이, 보다 따뜻하게 힘을 내길 바라며, 함께 채울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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