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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의사 일기84

작은 거인, 엄마 허리 밑 손 끝에 닿을 만큼 길었던 머리를 잘랐다. 자꾸 엉켜서 불편하기도 하고, 그걸 보는 엄마가 맘이 편치 않아 해서이기도 하다. 갑작스런 사고 소식을 듣고 강원도로 내려와 피투성이의 나를 만난 엄마는, 울지도 슬퍼하지도 않고 그저 내 손을 가만히 따뜻하게 잡았다. 강원도에서 서울로 실려가는 구급차에서 내내 엄마는 그렇게 내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던가 보다. 엄마가 작은 거인 처럼 느껴진 것은. 키가 작은 나보다 5cm는 더 작은 엄마인데, 어쩜 그렇게 커 보이는지. 병원 신세를 지는 내내, “내 딸은 내가 지켜야지.” 하며 휠체어를 밀어 주는 엄마에게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다. 엄마는 그 흔한 원망이나 눈물 섞인 소리 한번 내지 않고, 그렇게 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랬던.. 2022. 12. 24.
고통에 대한 회고록 2022.12.18 - [분류 전체보기] -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2022년의 마지막 가을, 11월 첫 주 주말이었습니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교수님들과 병원 대강당에서 세미나를 같이 듣고, 또 뒷정리를 함께 했던 기억만 뚜렷하게 남 playdang.com 사고 당일인 11월 6일 응급 안구 봉합술 (2.5시간), 11월 14일 유리체 절제술 (3시간), 11월 18일 다발성 안면부 골절 에 대한 재건술 (6.5시간) 까지 약 2주 동안 총 세 차례, 총합 12시간의 전신마취 수술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마취에서 깨는 순간, 좌측 안면부와 두피 쪽으로 강렬하고 타는 듯한 두통이 느껴졌습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도의 통증이었고, 그 실체가 가늠이 .. 2022. 12. 24.
실명 소식을 들은 동생은 어릴 때 별명이 울보였던 내 동생 연수는, 1993년생으로, 나와는 3살 터울의 여동생이다. 유치원 때부터 자주 울음을 터뜨렸던 연수는, 욕심 많고 적응력이 빨랐던 나와는 꽤 다른 아이였다. 겁도 많고 그저 순진하고 착해서, 주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거나 이용당하는 일도 잦았다. 그런 일을 당하는 걸 보면 괜히 화가 나기도 했지만, 언니인 나조차도 그 점을 이용하곤 했다. 한번은 내가 7살 때쯤, 할머니 집 탁자의 백열등 전구가 신기해 다가갔다가 이마에 화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어른들에게 혼날까 봐 걱정된 나는 동생이 밀었다고 거짓말을 했고, 영문 모른 채 4살짜리 동생은 그렇게 (가짜) 가해자가 되었다. 내가 어린 시절 공부를 잘해 동네에서 유명했기에 (별명이 올백이었다), 동생은 본인 이름보다는 .. 2022. 12. 18.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2022년의 마지막 가을, 11월 첫 주 주말이었습니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교수님들과 병원 대강당에서 세미나를 같이 듣고, 또 뒷정리를 함께 했던 기억만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날 세미나 이후 급하게 짐을 챙겨 강원도로 내려갔고, 다음 날 아침 낙마 사고의 당사자가 되었습니다. 헬멧과 안전 장비를 착용한 상태이었지만, 사고 전후 약 수 시간가량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져 정확한 사고 상황은 지금도 알지 못합니다. 먼저 원주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고, 서울에서 오신 아버지 목소리가 들린 것부터가 제 기억의 시작입니다. 한쪽 안구 파열과 안면 분쇄 골절 등...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한 아버지는, 제게 좀 더 편안하고 친정 같은 성모 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하셨.. 2022.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