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에 던지는 질문 : 삶과 죽음, 그 사이 어딘가에 버려둔 존엄
어제 80대 할머니 환자가 의식 저하로 실려와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오래전 발생한 뇌졸중으로 누워만 지내시는 분인데, 추가로 폐동맥색전증과 또 다른 다발성 뇌경색이 발견되었고, 최근 식사를 잘 못 드셨는지 탈수가 심해 전해질, 신장 기능이 망가져 있었다. 수액 및 영양공급, 심장 기능 평가, 항응고 치료가 필요하겠다고, 시간이 좀 필요할 거라고 보호자들에게 길게 설명해 드렸었고 다들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런데 오늘 또 보호자들이 면담 신청을 해왔다. “왜 또...” 속으로 투덜대며 가보니, 딸, 아들보다 더 발을 동동 구르는 80대 후반의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 보호자가 눈에 띄었다. 백발의 할아버지는 본인이 십여년간 환자를 먹고 입히고 재웠다며, “퇴원하고도 본인이 집에서 돌봐도 되겠지요?”라고 나를 간..
2022.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