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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4

안전마진 투자 서적인 줄 알고 읽어 내려간 책에서 삶의 정수를 발견한다.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것은 투자 뿐 아니라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안전마진까지 끌어다 쓰던 나의 삶은 온통 위태로웠다. 하나가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우르르 무너질 수 있어 아슬아슬 했다. 하필이면 차 사고까지 난 날이라, 더 깊이 가슴에 와 닿는다. 모든 사고가 그렇지만, 다시 그 상황을 돌이켜보니 정말 위험했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린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인생이지만, 더 이상의 큰 사고를 견뎌낼 여백이 아직은 내게 마련되지 않았다. 삶의 태도를 다시 점검한다. 핸들이 틀어지면 그때마다 다시 꼭 부여잡아야 하는 것이 인생인 듯 하다. 돌부리는 왜 이리 많고, 방지턱은 왜 이리 덜컹거리는지. 길은 또 왜 이리 꼬.. 2024. 1. 19.
나를 바꿔야 살 수 있는 삶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30살에 대장암 수술을 하고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그동안의 투병기간에, 자신의 삶을 점철한 단어가 ‘생존’이었다면, 연주는 어땠을까 싶었다며. 말문이 막힌 나는,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생존’이라는 단어를 운운하긴 했지만, 암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내 시야는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의 경계에 놓여 있었고, 나의 정체성은 정상인과 장애인의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으며, 나의 역할 또한, 의사와 환자 그 사이 중간 정도에 있었다. 나는 그렇게, 그 어디에도 확실히 속하지 못한 애매한 경계에 있었다. 좀 더 깊이 파고들어 보았다. 죽음의 공포가 드리운 암 투병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나의 시간도 나름 치열 했었는데.... 2023. 11. 30.
돈에 대하여 돈에 대한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Multipotent’한 재화이다. 변동성 높은 시대에 담긴 불안함은, 유튜브와 각종 SNS의 ‘돈’에 대한 관심으로 표출된다. ‘돈’이 개인의 정체성을 증명하며, ‘돈’만이 삶의 성공 여부를 담보한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을 선택한 이들은 바보 취급을 받고, 결과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헤맬 수 밖에 없다. 삼십대에 한 쪽 눈을 잃으면서, ‘안전’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한 인간의 ‘안전’한 생존 또한 돈이 필수재로 들어간다. 수술도, 치료도, 회복도, 돈이 있어야 가능했고, 혹은 돈으로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집과 식량은, 안전한 삶에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 ‘돈’은 삶의 목적이 될 수도 있.. 2023. 5. 27.
생존 Survival 조각조각 나서 일부는 사라져 버린 내 얼굴 뼈. 안구 주변의 뼈들이 부서진 탓에, 그리고 코와 연결되는 점막 장벽들이 무너진 탓에, 내 좌측 얼굴과 코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균을 막을 재간이 없다. 30대의 나는 정맥 항생제의 도움으로 한 차례의 위기를 잘 넘어갔지만, 40대, 50대, 60대, 70대의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 말은, 내가 앞으로 견디고 싸워야 할 대상이, 남은 한쪽 눈으로 보게 될 좁은 시야가 아닌, 언제 어디서 들이 닥칠지 모르는 세균들과의 전쟁이라는 뜻이다.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잔뜩 긴장해야 생존할 수 있는 삶. 감염 징후에 촉각을 세우고 너무 늦기 전에 알아채야 지킬 수 있는 삶, 앞으로 나에게는 안심하고 마음을 내려놓을 여유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30대에 생존.. 2023.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