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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9

짜증 Annoying 병원에만 가면 짜증 내고 싸우게 되는 일이 생긴다. 몸 상태를 평가할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직전이라 잔뜩 긴장해 있는 데다가, 이놈의 병원은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게다가 길은 길대로 막히고, 주차는 왜 이리 어렵고, 외래 위치는 왜 이렇게 찾기 힘든지. 진료가 끝나고는 ‘내가 잘 알아들었나’ 혹은 ‘꼭 이건 물어봤어야 했는데’ 하는 미심쩍은 불안함과 아쉬움이 남아 내 머리는 온통 복잡하다. 마치 그동안 치른 시험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랄까. 틈새를 비집고 보호자는 자꾸 나를 재촉하거나, 혹은 어디론가 사라져 가뜩이나 힘든 나를 허둥지둥하게 만든다. 어디론가 흩어지고 사라지는 보호자를 양손에 꼭 붙잡고, 수납대에 번호를 찍으려는데, 양팔에 외투와 가방 하나씩을 걸치고 있자니 여간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니.. 2023. 1. 30.
연휴 Holiday 연휴 전체를 홀로 입원한 채 보냈다. 어렵게 와준 가족과 친구들도 얼굴 잠깐 보는 정도밖에는 할 수 없었다. 워낙 긴 연휴라 병원에 남아 있는 환자도 많지 않았다. 명절 연휴 기간, 당직 의사로 병원을 지킨 적은 있어도, 환자로 남아 있던 적은 처음이라 이 고요하고 황량한 분위기가 생소하다. 마치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온 듯싶다. 수술 부위 감염으로 재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많은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명절 연휴 끝나고 계획했던 나의 복귀, 일, 그리고 앞으로의 삶까지도. 엄마도 두 번째 입원은 첫 번째보다 감정적으로 더 힘든 것 같다고 하셨다. 마치 눈물 콧물 삼켜가며 산을 오르다, 정상을 앞에 두고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온 것 같았다. 무릎을 털고 일어나긴 했는데, 눈앞이 온통 흐려, 정.. 2023. 1. 24.
장애인 등록 신청 (1) ‘장애 등록’은 영영 보는 기능을 상실해 버린 내 왼쪽 눈을 한 단계 더 받아들이는 방법 중 하나였다. 외래 진료 때 교수님께 조심스레 혹시 장애 등급 진단서를 뗄 수 있느냐고 여쭈었더니, ‘좌안 시력 장애 6급, 영구 시력 상실’이라고 적어주셨다. 씁쓸했다. 머릿속으로 아는 것과 글자로 마주하는 것은 또 다른 차이가 있는 받아들임이었다.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에 ‘시각 장애 등록’이라고 쳤다. 수많은 광고와 함께 블로그 들이 나온다. 도대체 이렇게 해서는, 장애로 활동이 온전치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감이 안 온다. 그중 몇 개의 블로그를 읽어 보다가 포기하고, 병원에서 알아서 챙겨준 서류들과 신분증을 고이 챙겨서 집을 나선다. 거주지 소재의 주민센터에 도착하니, 일반.. 2023. 1. 6.
고통에 대한 회고록 2022.12.18 - [분류 전체보기] -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2022년의 마지막 가을, 11월 첫 주 주말이었습니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교수님들과 병원 대강당에서 세미나를 같이 듣고, 또 뒷정리를 함께 했던 기억만 뚜렷하게 남 playdang.com 사고 당일인 11월 6일 응급 안구 봉합술 (2.5시간), 11월 14일 유리체 절제술 (3시간), 11월 18일 다발성 안면부 골절 에 대한 재건술 (6.5시간) 까지 약 2주 동안 총 세 차례, 총합 12시간의 전신마취 수술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마취에서 깨는 순간, 좌측 안면부와 두피 쪽으로 강렬하고 타는 듯한 두통이 느껴졌습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도의 통증이었고, 그 실체가 가늠이 .. 2022.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