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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험, 그리고 다시 용기 그토록 피하고자 애썼던 얼굴 (좌측 안와) 재수술을 받게 되면서, 1년 만에 많은 증상들을 재경험 하는 중이다. 첫째로는, 눈꺼풀이 다시 닫혔다. 기적처럼 떠 졌던 왼쪽 눈꺼풀이었는데 말이다. 처음 다쳤을 때는 슬퍼 보이는 U 모양 이더니, 지금은 웃는 ^ 모양으로 감겼다. 덕분에 이제는 진짜 #윙크의사가 됐다. 그동안 많이 웃으려 애쓴 보람이 있는 것인가. 역시 평소의 표정에 따라 사람의 얼굴 형태는 변한다. 둘째로는, 피부 감각이 아예 사라졌다. 이전에도 꽤나 무뎌있던 터라 그러려니 했는데, 코에서 뭐가 흐르는 것도 못 느끼는 것은 좀 곤란하다. 병원에서 신나게 찍은 셀카를 보니, 코피 흐르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결국 옷에 흘렸다. 엄마는 코흘리개라 놀리며 거울을 자주 보라는 조언을 해줬다. (앞으로.. 2024. 1. 28.
의사가 된 과학 영재의 배신 공대 합격자의 의대 이탈에 대한 뉴스가 연일 화제였다. 의대 정원 확대 이슈와 의사 과학자 양성에 대한 토론도 계속된다. 자격이 될지 모르겠지만, 욕먹을 각오와 함께 내가 학창 시절 느낀 바를 꺼낸다. 소개부터 하자면, 나는 일종의 배신자다. 중학교 때 두 군데의 과학영재원에 합격했고, 당시 대한민국 유일한 영재고였던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카이스트 (KAIST) 생명과학과를 졸업 했으나, 후배의 죽음을 계기로, 경로를 틀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내과 의사가 되었다. -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가득해 늘 ‘왜’라는 질문을 던졌던 나는, 과학과 생명 활동에 관한 공부가 무척 재미있었다. 영재교육원에서 실험을 구상하고 창의적인 사고 회로를 돌리고, 친구들과 토론하는 과정이 그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 2024. 1. 25.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 하고 싶은 것이 유독 많은 사람이 있다. 나처럼 말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혹시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을 너무 잘 참으며 살아왔던 게 아닐까. 그래서, 역설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은 아닐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무언가 행동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지에 대한 여부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해야 되는 일인지와, 할 수 있는 일인지가 중요했다. 이런 일들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하고 싶은 일들은 나의 무의식 저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곤 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여태 참아 온 사람일 가능성이 크겠다. 보통 인간의 욕구는 충족되면, 마치 존재했었냐는 듯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뭔가를 열망하는 욕구는 언제나 충족되기 전까지의 찰나의 순간에 불과.. 2024. 1. 21.
엉망진창의 매력 나를 잘 모르는 분들은, 내가 아주 엘리트에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가까이서 보고 경험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내가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시간 약속을 잘 못 지키는 것은 기본이요, 넘어지고 깨지고 놓치고 잃어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오죽 하면 내 매력의 8할은 예상치 못한 엉망진창 허당끼 반전미에서 나온다고도 한다. 이어령 교수님은 에서 미국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엉망진창의 힘이라고 얘기하셨다. 엉망진창의 민족끼리 섞여서 엉망진창으로 살지만, 그 엉망진창에서 나오는 창의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2024. 1. 21.
안전마진 투자 서적인 줄 알고 읽어 내려간 책에서 삶의 정수를 발견한다.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것은 투자 뿐 아니라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안전마진까지 끌어다 쓰던 나의 삶은 온통 위태로웠다. 하나가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우르르 무너질 수 있어 아슬아슬 했다. 하필이면 차 사고까지 난 날이라, 더 깊이 가슴에 와 닿는다. 모든 사고가 그렇지만, 다시 그 상황을 돌이켜보니 정말 위험했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린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인생이지만, 더 이상의 큰 사고를 견뎌낼 여백이 아직은 내게 마련되지 않았다. 삶의 태도를 다시 점검한다. 핸들이 틀어지면 그때마다 다시 꼭 부여잡아야 하는 것이 인생인 듯 하다. 돌부리는 왜 이리 많고, 방지턱은 왜 이리 덜컹거리는지. 길은 또 왜 이리 꼬.. 2024.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