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아픔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아픔에 대하여 삶에는,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그리고 지나치게 되는 아픔이 존재한다. 소중한 한 생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엄마는 기막힌 산통을 견뎌 내야 하고 유일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기 전에, 남녀는 수많은 가슴 아픈 이별을 거친다. 그 아픔의 크기가 상당해서, 인간은 어떻게든 이를 피하려 애를 쓰지만, 결국 그 아픔을 다 삼키지 않고서는 넘지 못하는 것이 인생인 것을. 아픔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 있던가. 내게 닥친 이 아픔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지나치게 되는 삶의 한 굴곡이라면, 두려움에 잔뜩 웅크리고 굳어져 자리에 멈춰있기 보다는 손발이 조금 찢기더라도 충분히 아파하며 앞으로 나아가리. 그리하여 끝끝내 이 아픔을 모두 지나친 뒤에는, 아문..
2023. 11. 5.
엄마 생일 날
엄마 생일(신) 날, 우리는 아침 일찍 병원에서 만났다. 외래를 차례로 들르고, 서류들을 발급받고, 수납하고 음료수를 사는 동안, 엄마는 우두커니 의자에 앉아 글씨를 크게 키운 카톡창을 들여다 본다. 아마 생일 맞이 축하를 보내주는 사람들에게 답장을 하고 있겠지. 같이 외래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면, 70대 노모를 모시고 온 50대 딸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경우가 바뀌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일인가. 환갑을 맞이한 보호자를 대동하고 진료에 올 때 마다, 불효막심한 30대 딸은 마음이 아프다. 차로 이동하면서 내가 물었다. “엄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엄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혼 전으로” 라고 대답한다. 처녀 시절의 엄마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하고 싶은 것은..
2023.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