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13 드디어 내시경실로 복귀, 또 다른 고민의 시작 5월의 마지막 날. 역시나 돌이켜보면 아슬아슬했다. 내시경실 풀타임 복귀를 하겠다고 덜컥 용기를 냈지만, 쉽지는 않았다. 아직 체력도, 마음도 온전치 않은 상태였다. 그만둘까, 쉴까 에 대한 고민도 수도없이 했다. 엄마는, 돌아가서 그동안 날 보살펴 주신 교수님들께 도리를 다하라 했고, 아빠는 내가 전문직이라 다행이라고 했다. 일반 직장이라면 한쪽 눈을 실명하고 복귀가 쉽지 않았을 거라 했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내 마음 속엔 서운함과 이 길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남았다. 힘들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인생이 온통 뒤바뀌는 대신, 한 단계씩 나아갈 곳이 있다는 건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 나는 한쪽 눈만 가지고도 이전처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자꾸 조.. 2023. 5. 31. 프로포폴, 위험한 약인가? 프로포폴, 사실 알고 보면 효과 빠르고 좋은 약인데, 중독되고 남용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검사 받고 안전하게 치료 받는 그날까지. https://youtu.be/S-RSCijlhjo 프로포폴, 내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이야기 합니다. 2023. 4. 29. 대한민국 바이탈과 의사들이여 얼굴과 눈을 다쳐 전신 마취 수술을 세 차례나 받고 이후 회복하는 동안, ‘내과 전문의‘인 내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본과 실습 때 다 보고 배웠던 것이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내과 진료에 집중하면서 다른 지식은 흘러 나가도록 두었다. 보통 큰 병원에서는 내과가 입원 환자가 제일 많은 데다, 고령의 중환자들을 맡고 타 수술 과들을 백업하기에 ’내과는 의학의 꽃‘이라고 불린다. 힘든 만큼 자부심도 높기에 ‘내과 자부심 (aka 내부심)’에 똘똥 뭉쳐 버틴다. 간혹 협진 요청을 하는 타과에게 까다롭고 예민하게 굴기도 해서, ‘내썅 (aka 내과X년)'이란 별명이 붙기도 한다. 응급실로 실려와 수차례의 안구 및 얼굴 뼈 복원 등의 수술과 회복 과정을 거치는 동안, 내가 알지 .. 2023. 2. 13. 고프로 언박싱 (vs. 소니 ZV-1F) 공교롭게도 고프로 언박싱(unboxing) 영상이 완성되기 1시간 전, 나는 고프로를 팔려고 당X마켓에 올려둔 참이었다. 작년 10월경, (액티비티) 유튜버를 해보겠다는 큰 꿈을 안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고프로를 주문했다. 결제-주문-배송-도착-개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내시경실 모두가 알 정도로 나는 신나서 자랑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고프로는 1~2번의 시범 촬영을 끝으로, 주인이 사고로 눈을 잃으며 그 쓸모가 없어졌다. 목적성을 잃은 그 물건은, 방 한쪽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서는 눈에 밟힐 때마다 내 마음을 쓰리고, 또 허전하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을 뿐이다. 한때 큰 애착과 기대를 했지만, 상황이 바뀌며 마음도 바뀌는 경험은 누구나 흔하게 해 보았을 것이다. 결단이 필요하다는 무언의 압박과,.. 2023. 1. 13. 마음처럼 안 되는 월요일 아침 왠지 모든 것이 마음처럼 안 되는 날이 있다. 주말의 여파로 아직 덜 풀린 몸과 계속 쉬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 월요일 아침이면 더 그렇다. 안락한 둥지에서 떠나는 도전을 시도했던 새해 첫 주, 아주 비장했던 첫 마음과는 달리 부끄럽게도 울고 짜는 한 주로 보냈다. 하지만, 새로운 둥지에 무사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연착륙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라 스스로 안위하며 새해 둘째 주를 맞이했다. 둘째 주부터는 조금씩 나의 기능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갑작스러운 사고와 수술 이후, 이리저리 상한 몸과 마음으로는 힘들었던 일들 말이다. 빠져나왔던 대화방에 초대가 되고, 모임에 참여하고, 또 사람들을 만나면서, 역시 나 없이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약간의 안도와 또 한 움큼의 씁쓸함에 물든 채로, 나는 .. 2023. 1. 10.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