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5 수현이 우리는, 수현이가 눈을 다친 지 4년 째 되는 날, 처음 만났다. 심장 공부가 재밌어 인터벤션 전문 간호사가 된 수현이는, 4년 전 오늘, 응급 시술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술대를 정리하던 중, 납안경을 낀 눈을 차폐막에 부딪히는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최근 수현이는, 내가 다치고 복귀하며 SNS에 쓴 글을 읽고는, 본인이 느낀 감정과 무척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나는 비슷한 경험을 먼저 겪어온 수현이를 통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자꾸 왼쪽 어깨를 이유 없이 세게 부딪히는지 (그저 내가 부주의한 줄로만 알았다) 왜 기존 관계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서운함을 느꼈었는지 왜 이따금씩 어찌할 수 없는 깊은 무력감이 찾아오는지 우.. 2023. 10. 14. 앞이 보이지 않는 친구 앞이 보이지 않는 친구 재혁은, 나의 한쪽 어깨와 지팡이에 의지해 걷고 있었다. 한쪽 눈만 보이는 나는, 혹시나 걸음에 방해가 될까 걱정하며, 우리가 향하는 방향과 땅바닥을 번갈아 살피느라 잔뜩 긴장해 있었다. 앞을 보면서도 걸음이 익숙하지 않은 나와 달리, 친구는 시각 외의 다양한 감각에 의지한 채 한껏 여유롭고 능숙하게 걷는다. 친구가 한쪽 눈씩 차례로 시력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난 뒤, 내내 마음 속에 머물렀던 질문이 떠오른다. 혹시나 실례일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지만, 왠지 알아야만 했다. 어쩌면 생존과 관련된 문제였기에 그랬다. 나는 친구에게, 한쪽 눈을 잃고 남은 한쪽 눈 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두렵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 두렵지 않았다고. 그리.. 2023. 8. 27. 8월 16일 두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한 친구는 작년 8월 16일에, 그리고 한 친구는 올해 8월 16일에 각각 떠났다. 어찌 이런 안타까운 우연이 있을까. 둘 다 내게 아주 큰 영향을 미쳤던 기둥 같은 친구 들이다. 인간의 삶이 유한 하다는 것을 떠난 친구들을 통해 배운다. 동시에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친구들을 떠올리며 고민한다. 기가 막힌 우연 처럼 자꾸 소중한 이가 곁을 떠나는 슬픈 8월 16일, 하늘의 빛나는 별이 된 그들이, 세상에 남긴 따뜻한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부디 내년 8월 16일은 모두가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아있길 바래 본다. 2023. 8. 20. 세상을 떠난 친구 애플워치를 사 준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랜 만에 5km 러닝을 완주하고, 깔깔 거리며 맥주와 음료수를 마시고 돌아가던 찰나였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카톡을 열어보니, 너무나 익숙한 이름의 본인 부고 메시지였다. 그대로 멈춰서 한참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친구가 선물해 준 애플워치를 차고 한강 변을 뛴 그 날, 내가 건강해지길 바랬던, 몸도 마음도 컸던 그 친구는 속절없이 세상을 떠났다. 친구의 얼굴을 떠올린다. 내가 다친 것을 걱정하며,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고, 꼭 보자고 하고 찾아와서는, 피곤한 티를 내는 내 옆에서 자정이 넘게 조잘조잘 이야기를 늘어놓던 천진난만한 친구. 마치 보물상자라도 연 어린아이 마냥 기쁜 표정을 짓던 그에게는, 보잘 것 없던 시절의 우리 모습이 아주 소중.. 2023. 8. 20. 연휴 Holiday 연휴 전체를 홀로 입원한 채 보냈다. 어렵게 와준 가족과 친구들도 얼굴 잠깐 보는 정도밖에는 할 수 없었다. 워낙 긴 연휴라 병원에 남아 있는 환자도 많지 않았다. 명절 연휴 기간, 당직 의사로 병원을 지킨 적은 있어도, 환자로 남아 있던 적은 처음이라 이 고요하고 황량한 분위기가 생소하다. 마치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온 듯싶다. 수술 부위 감염으로 재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많은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명절 연휴 끝나고 계획했던 나의 복귀, 일, 그리고 앞으로의 삶까지도. 엄마도 두 번째 입원은 첫 번째보다 감정적으로 더 힘든 것 같다고 하셨다. 마치 눈물 콧물 삼켜가며 산을 오르다, 정상을 앞에 두고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온 것 같았다. 무릎을 털고 일어나긴 했는데, 눈앞이 온통 흐려, 정.. 2023. 1.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