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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3

진정한 행복 “엄마, 나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나 다친 다음에 진짜 행복해. 나 안 다쳤으면 가족들한테 마음 터놓는 법도 모르고, 집에 잘 오지도 않고, 그렇게 살았을 거야.” “응, 엄마도 행복해. 아빠랑도 더 돈독해지고, 우리 연주도 자주 보고.” 한눈을 잃은 후, 나는 더 행복해졌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건 진짜다. 한쪽 눈으로만 보는 것이 불편하지 않아서일 거라고? 글쎄, 모두가 예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불편하다. 심지어는 투병 생활 내내 곁에서 함께 했던 엄마도 모를 만큼. 1. 시야 : 갈가리 찢어진 번개 모양의 지각이 왼쪽 시야에 남아 있어 오른쪽과 겹친다. 겹쳐 보이는 모든 장면은 뿌옇고 번잡스럽다. 찢어진 모양이 꼭 내 눈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2. 감각 : 왼쪽 뺨과 코, 입술까지의 .. 2023. 4. 10.
“엄마 아빠는 눈이 두 개 잖아!!!!!” 터져버렸다. 현실이지만 현실 같지 않았던, 어쩌면 마주하고 싶지 않아 꾹꾹 눌러 둔 현실이 설움과 함께 터져 나왔다. 엄마 아빠가 눈이 두 개이고, 나는 눈이 한 개가 되어 버린 뾰족한 현실은 그야말로 차갑고 앙상한 모습이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마치 지금에서야 발견한 것처럼, 나는 날카로운 끝을 사정없이 휘둘러 부모의 마음을 찌른다. 숨겨 뒀던 폭군의 모습이 드러나는 광경이다. 부모님의 시선은 미래를 향했고, 내 것은 현재에 머물렀다. 적어도 과거에 묶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 큰 다행이었다. 부모님은 미래의 내가 차별받지 않기를 바랬고, 나는 현재의 내가 행복하길 바랬다. 사고를 겪은 당사자의 마음은, 지금, 현재, 여기 있는 나를 지키고자 애쓰는데, 엎어져 있는 딸을 외면하고 자꾸 저 .. 2023. 3. 14.
일기 Diary 다시 입원하게 되면서, 준비물로 방구석에 묵혀 있던 ‘5년 일기장’을 꺼내 왔다. 5년 전, 친구 @yuzu 의 추천으로 구입하게 된 5년 일기장이다. 친구는 5년 일기를 쓰면서, 매년 같은 날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또 무슨 깨달음을 얻으며 살아왔는지 과정을 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2019년의 나는, 경험과 여행을 통해 자유롭게 세상을 탐구하는 1년을 보낸 후, 힘들기로 유명한 내과 레지던트 입국을 앞둔 상태였다. 당시 내가 해결하고 싶었던 삶의 질문은 ‘개인의 소소한 행복과 여유, 그리고 커리어의 성공과 성취가 공존할 수 있는가’ 였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사고를 하던 어린 나에게, 질문의 답변은 No였다. 인간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지 선택하는 과정이, 그 사람 인생의.. 2023.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