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14 수술방의 인연들 “연주야 괘안노 대단하다 잘될거다” “누나 저 XX에요. 수술 잘 받으세요” “언니 마음 놓고 푹자. 옆에 있을게“ “연주야 걱정 마라. 최선을 다하마” “언니 괜찮아요? 아파요?” 수술방에서, 회복실에서, 인생의 귀인들을 많이 만났다. 인생의 위기는 이런 인연들 덕분에 귀한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모든 지나간 일들에는 다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당시의 내가 진심과 최선을 다 했다면, 말이다. - 응원해주시고 걱정해주신 분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앞으로 남은 단계들도 차곡차곡 나아가볼게요 😉 2023. 7. 30. 의사는 환자를 봐야 해 “서연주! , 할 것 없으면 같이 회진이나 돌자.” 오후 내시경이 끝나 무료하게 앉아 있던 내게 교수님이 말씀하신다. 1년차 펠로우 말에는 다쳐서 환자로 입원해 있느라, 2년차 펠로우는 병동 백을 보지 않고 내시경만 하기에, 병동 환자를 본 지가 한참이나 된 것을 알고 하시는 말씀이다. “의사는 환자 너무 오래 안 보면 감 떨어진다.” “네? 네네.” 갑작스런 오더에 정신 없이 대답을 마치고, 명단 뽑을 새도 없어 노트와 펜 하나를 챙겨들고 급히 교수님을 따라 나선다. 꿈에서도 생각나던 중환자실 비밀번호를 까먹어 충격받을 새도 없이 “꾹꾹꾹꾹 (4670)” 버튼을 스스로 누르고 나를 이끄시는 노교수님. 환자와 말씨름을 하기도 하고, 또 걱정 말라 안심시켜 주기도 하면서 능숙하게 회진을 도시는 교수님의 모.. 2023. 6. 25. 안압이 재진다!!! 안과 진료에 올 때마다 간단한 검사들을 한다. 진료 차트에는 좌안 LP (-) (Light perception, 즉 빛 감지 능력이 없는 상태로 시력을 완전히 상실함)이라 적혀 있다. 아주 잘 보이게 쓰여 있지만 기계적으로 왼 눈을 가려보라는 검사자도 있다.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왼쪽 눈은 실명했어요. 불 비춰도 안 보여요.”라고.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마음이 온통 다쳤었다. 안압을 잴 때는 더 난관이었다. 눈꺼풀도 감겨 있고 안구가 흐물흐물하니 측정이 어려운 것이 당연했다. 내 안압을 잴 수 있었던 사람은, 단발머리를 한 솜씨 좋은 1년 차 전공의 선생님 한 명뿐이었다. 정상 안압은 10~21mmHg인데, 당시 열심히 눈꺼풀을 벌려 겨우 잰 왼쪽 안압은 2mmHg였다. 그 정도로 낮은 .. 2023. 5. 15. 대한민국 바이탈과 의사들이여 얼굴과 눈을 다쳐 전신 마취 수술을 세 차례나 받고 이후 회복하는 동안, ‘내과 전문의‘인 내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본과 실습 때 다 보고 배웠던 것이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내과 진료에 집중하면서 다른 지식은 흘러 나가도록 두었다. 보통 큰 병원에서는 내과가 입원 환자가 제일 많은 데다, 고령의 중환자들을 맡고 타 수술 과들을 백업하기에 ’내과는 의학의 꽃‘이라고 불린다. 힘든 만큼 자부심도 높기에 ‘내과 자부심 (aka 내부심)’에 똘똥 뭉쳐 버틴다. 간혹 협진 요청을 하는 타과에게 까다롭고 예민하게 굴기도 해서, ‘내썅 (aka 내과X년)'이란 별명이 붙기도 한다. 응급실로 실려와 수차례의 안구 및 얼굴 뼈 복원 등의 수술과 회복 과정을 거치는 동안, 내가 알지 .. 2023. 2. 13. 짜증 Annoying 병원에만 가면 짜증 내고 싸우게 되는 일이 생긴다. 몸 상태를 평가할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직전이라 잔뜩 긴장해 있는 데다가, 이놈의 병원은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게다가 길은 길대로 막히고, 주차는 왜 이리 어렵고, 외래 위치는 왜 이렇게 찾기 힘든지. 진료가 끝나고는 ‘내가 잘 알아들었나’ 혹은 ‘꼭 이건 물어봤어야 했는데’ 하는 미심쩍은 불안함과 아쉬움이 남아 내 머리는 온통 복잡하다. 마치 그동안 치른 시험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랄까. 틈새를 비집고 보호자는 자꾸 나를 재촉하거나, 혹은 어디론가 사라져 가뜩이나 힘든 나를 허둥지둥하게 만든다. 어디론가 흩어지고 사라지는 보호자를 양손에 꼭 붙잡고, 수납대에 번호를 찍으려는데, 양팔에 외투와 가방 하나씩을 걸치고 있자니 여간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니.. 2023. 1. 30. 이전 1 2 3 다음